직장인들의 월급날이 몰린 25일 검찰과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범들의 무차별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전화를 통한 신종 사기)' 시도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부 김모(45)씨는 남편의 월급날인 25일 오전 "검찰인데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있으니 휴대폰 번호와 주민번호를 불러라. 조금 있으면 담당 경찰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테니 알고 있어라"는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 시도 전화를 받았다.
잠시 당황했던 김씨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경찰을 사칭하는 전화가 재차 걸려왔을때 전화번호와 신분확인을 요청했으며 상대방은 경찰청 민원안내센터 전화번호와 함께 영화 '투캅스'의 조연 이름이었던 "강민호 형사"라고 짧게 대답한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김씨는 하마터면 남편의 월급은 물론 국세청으로부터 연말정산 소득공제로 환급받은 세금까지 날려버릴 뻔 했다는 생각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2007년 첫 월급일이자 소득공제에 따른 세금 환급일이 겹친 이날 전국에서는 직장인들의 두둑해진 통장을 노리는 사기범들의 전화 공세가 특히 기승을 부렸다.
실제 이날 서울고검 민원상담센터에는 검찰을 사칭한 전화사기 사례를 신고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오후 3시까지만 해도 1천200여통에 육박하면서 전날 하루종일 접수된 1천여통을 가볍게 넘어섰다.
서울고검 민원상담센터 상담원 길모(47)씨는 "최근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편이긴 했지만 오늘 하루 걸려오는 전화 건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30명이나 되는 직원이 매달려도 사건안내 같은 기본업무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경찰청 교환실에도 '강민호 형사'가 실제 직원인지 확인하려는 전화가 300여통 이상 걸려오는 바람에 예닐곱 명의 교환실 여직원들도 큰 고초를 겪었다.
검찰에 직접 신고된 보이스 피싱 피해사례 3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관계자는 "국세청이나 검찰, 경찰 등 기관 사칭만 달리 할 뿐 현금 자동지급기를 통해 돈을 보내게 해 가로채는 수법은 거의 동일하다"며 "상당수 직장인의 월급날인 매월 25일에는 통장 잔고를 노린 범행 시도가 기승을 부릴 수 있으니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주로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이스 피싱 사건은 주범을 잡기 어렵고 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돈을 되찾기 상당히 어렵다"며 "따라서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이스 피싱'은 전화를 통한 신종 사기를 일컫는 단어로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 등 세 단어를 조합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