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상대하면서 하루종일 컴퓨터에 매달리는 고경희(38.여)씨는 6개월 전부터 양 손가락과 손바닥이 저리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손가락 끝의 감각마저 둔해졌다.
손저림 증상은 밤이면 더욱 심해져 잠에서 여러 번 깨어나기도 했다. 이 같은 통증은 손을 흔들거나 털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손저림증은 날씨가 추워지거나 찬 물에 손을 담그면 더욱 심해졌고, 손을 많이 사용해도 악화됐다.
심지어는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을 사용하기가 힘들 정도로 손이 붓고 손가락 관절도 뻣뻣해졌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개선제를 복용해도 역시 효과가 없었으며 전화 받기, 수저질하기, 단추 잠그기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지장을 받게 됐다. 결국 그녀는 병원을 찾았고 중증의 '수근관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많은 여성들이 손이 저린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혈액 순환개선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팔이 아프거나 손이 저린 증상이 무리한 운동이나 반복적인 사용으로 오는 통증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픈 부위와 증상에 따라 조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박세혁 교수는 "젊은층의 컴퓨터 사용 시간이 갈수록 늘면서 요즘에는 손저림증 환자가 20대로 낮아졌다"면서 "전체 환자수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발병이 잦은 손저림증과 팔의 통증에 대해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 손저림증
▲ 발생원인 = 손목에는 뼈와 손목을 가로지르는 인대로 둘러싸인 작은 터널이 있고, 그 터널 안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손가락 감각을 주관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손저림증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손목을 혹사하면서 손목 인대가 붓고, 이로 인해 손목터널 안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중신경을 짓누르게 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주로 가사노동을 많이 해 온 40~60대 여성에게 발생이 잦다. 통상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5배 가량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증상
잠을 자다 손에 타는 듯한 통증과 무감각을 느껴 잠에서 깨어나 손을 털거나 주무르면 통증이 가라앉는 증세가 반복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많이 붓고 손가락이 뻣뻣해지면 일단 손목터널 증후군에 의한 손저림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손목을 많이 쓰는 컴퓨터 작업이나 주방일을 많이 하는 여성과 무거운 짐을 많이 드는 등 손목을 무리하게 쓰는 경우에도 발생하기 쉽다.
그러나 뒷목의 통증이나 저린 느낌이 신경을 따라 어깨와 팔로 이어지면 목 디스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목 디스크는 목뼈 사이의 말랑말랑한 원판 모양의 수핵이 터져 주변 신경을 누르는 것이다. 신경이 심하게 눌리면 통증이 동반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과 팔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물을 마시다가 물컵을 자기도 모르게 놓친다든가 전화를 받다가 전화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잦다면 일단 전문의를 찾아 목디스크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 치료
가벼운 증세를 보일 경우에는 더운 물에 20~30분씩 찜질하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손목을 자주 마사지해주는 것 역시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통증이 오래 가거나 심하면 정형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소염제나 스테로이드 주사, 혹은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증세가 심하면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손목인대를 절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증세가 지속되거나 손가락의 감각이 둔해지고, 손바닥의 두툼한 근육인 무지구근에 위축이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때는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근래에는 손목부위를 절개하여 수술하는 개방형 수술법보다 절개부위를 최소화하는 내시경을 이용한 손목 인대 절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박세혁 교수팀의 경우 2001~2006년 사이 손저림증으로 병원을 찾은 215명을 대상으로 내시경을 이용해 인대 절개술(양쪽 손 170건, 한쪽 손 130건)을 적용, 94.7%의 만족도를 나타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박세혁 교수는 "평소 손이 저리고 통증이 심해 잠을 설치거나 손의 무감각과 심한 통증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손저림증을 의심해 보고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손저림증 내시경수술은 최소 절개부위와 내시경을 통한 수술로 정확도가 높고 합병증으로 인한 수술후유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힘찬병원 정형외과 김성민 과장은 "최근에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여성이 늘면서 환자들의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평상시 손목이나 관절 인대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팔꿈치 통증
주부들이 팔꿈치부터 손목, 손가락에 통증을 보이면 일명 '테니스 엘보'라고 불리는 주관절 외상과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팔꿈치의 안쪽와 바깥쪽에 튀어 나온 뼈를 '상과'라고 부르는데 이 뼈에는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많이 붙어 있어 운동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팔꿈치 바깥쪽 상과에 붙어 있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퇴행성 변화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주관절 외상과염(테니스 엘보)이라고 한다. 골프를 과도하게 칠 때도 팔꿈치 안쪽 상과에 염증이 잘 생기는데 이곳은 '골프 엘보'라고 한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송기홍과장은 "테니스 엘보라고 해서 테니스를 열심히 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빨래를 짜거나 마루를 닦는 등의 가사, 컴퓨터 키보드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등 손목을 자주 젖히는 일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흔히 발생한다"고 말한다.
테니스 엘보나 골프 엘보는 특히 물건을 들거나 잡을 때 등 팔꿈치에 힘이 들어가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생긴다.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지만 심해지면 간단한 동작이나 가벼운 물건을 들 때도 통증을 느끼게 되고 심해지면 팔을 쭉 펴는 것조차 힘들어 지기도 한다. 초기일 경우 물리치료와 약물 등으로 쉽게 개선되지만 완전히 회복되기 전 팔꿈치를 사용하면 재발의 위험이 높고 만성적인 질환으로 고생하기 쉽다고 한다.
때문에 일단 치료시에는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4~6주간은 팔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송기홍 과장은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주사치료를 받고,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발된 경우에는 관절경을 통한 수술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