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쁜 세무공무원 노릇을 하느라 집사람과 못했던 여행부터 다닐 생각입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24일 용퇴한 국세청 '9급 신화'의 주인공인 박찬욱(58) 서울지방국세청장이 25일 오전 본청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39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박 청장은 국세청 역사상 처음으로 9급 말단 직원 출신이면서 작년 7월말 '넘버3' 요직인 서울청장에 임명됐다.
경기 용인 출신인 그는 참여정부와 지역적인 연줄이 닿지도 않고 강원 삼척 출신인 전군표 청장과도 지연이나 학연이 없지만 서울청장에 임명됐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 시절에는 예상을 깨고 본청 조사국장에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만큼 국세청 내외부에서 업무역량을 인정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9급 신화를 만든 힘은 특유의 성실함과 겸손, 절제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 덕분에 재산이 95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자'지만 일에 몰두하느라 흔한 해외여행 한 번 아내와 함께한 적이 없었다.
약 9개월간의 서울청장 재임기간에도 초기 일시적인 저항 조짐이 있었던 종합부동산세의 신고를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등 깔끔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였다.
지난 23일에는 그동안 자신이 지원해온 서대문의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해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공직생활을 정리했다.
박 청장은 퇴임후 계획에 대해 "일단 두어달 정도 쉬면서 천천히 결정하겠지만 로펌 등으로 갈 경우 후배들에게 부담이 될수도 있어 세무사 사무소를 여는 것을 우선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소의 발언을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행동으로 옮겼다. 박 청장을 상관으로 모셨던 후배들은 "자상하고 반듯해 떠나는 날까지 좋은 기억을 남긴 선배"라고 그의 퇴임을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