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인 점포 확장으로 중소 유통업체들을 고사(枯死)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정부의 주도로 13일 연내 추가 출점 자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생협력'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가 대형마트의 영업을 직접 규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과 "상호견제와 경쟁이 극심한 대형마트들과 정부가 처음 함께 만나 해법을 모색한 데 의의가 있다"는 정부측의 의미 부여를 감안해도 협력 방안의 세부 내용은 중소 유통업체의 불만을 잠재우기에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 자제해도 연내 33곳 추가 출점
이날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 모인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8개 대형 마트 대표들은 "사업이 진행중이거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연내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결의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두선'의 성격이 짙다.
우선 산업자원부가 파악한 결과 현재 사업이 진행중이어서 연내 출점이 예정된 대형마트 점포수만도 33개에 달하고 있다.
2005년 말 전국에 300개였던 대형마트 점포가 지난해 말 331개로 31개 증가(35개 신규 출점, 4개 폐쇄)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올해 출점 점포수가 더 많다.
더구나 시기상 6월 중순이어서 이미 각 대형마트의 출점계획은 모두 확정된 상태라는 점, 2008년 이후의 계획이 없는데다 계획된 출점이 마무리되면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서 점포수 증가 속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지역에서 돈을 벌면서 공헌도가 낮다"는 지방의 비판을 의식해 지역별 '상생발전협의회'의 구성.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내용도 이날 회의에서 논의됐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은 현재 청주(이마트), 의정부(홈플러스), 광주 광산(롯데마트) 등 3개가 운영되는 협의회에 두 곳을 추가하겠다는 내용에 그쳤다.
물론 정부측은 이날 회의에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 방안을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협력 당사자인 중소유통업체 및 제조업체와 함께 논의해 7월중 상생협력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중소 유통업계 불만..정치권 움직임에 '성의표시(?)'
무엇보다 이날 발표된 상생방안은 상대방인 중소 유통업체들의 불만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곳도 정부측과 유통물류 진흥원, 3개 제조업 단체를 빼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 농협하나로클럽, 메가마트, GS마트, 뉴코아 등 8개 대형 마트와 이들 업체의 소속단체인 체인스토어협회에 그쳤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2004년까지 대형마트 확산 등의 영향으로 중소 유통업체 14만개가 사라졌지만 정작 이날 회의에 중소상인측 단체나 대표가 참가하지 않아 '모양새'갖추기에 실패했다.
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 관계자는 "갑자기 회의에 참석해달고 해서 가보니 영업시간 규제 등에 대한 내용이 없는 등 알맹이가 없어 합의하지 않았다"며 "사전에 내용을 보여달라해도 보여주지 않아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형마트들의 결의가 이뤄진 시점도 논란거리다. 현재 국회에는 기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비롯, 영업시간 규제와 출점 허가제, 중소도시 출점규제, 취급 품목 규제, 점포간 거리규제 등 갖가지 내용을 담은 대형마트 규제법안이 무려 10개나 계류된 상태이며 앞으로 2∼3개 법안의 추가 발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달 임시 국회에서 이들 법안에 대한 집중 심사가 예정돼있다는 점에서 '소나기 피하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