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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구> 슬로푸드 ①패스트푸드 대안 부상
[연합뉴스 2007-06-18 ]
슬로푸드 운동 1986년에 시작 세계로 확산

2000년 한국협회 설립 바른 먹을거리 관심

'느림의 미학' 슬로푸드 마니아 최근 늘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심이 많은 2000년대는 '슬로푸드(slow food)' 시대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패스트푸드는 "싸고 빠르고 맛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칼로리에 비해 영양성분이 턱 없이 낮은 패스트푸드는 비만과 영양불균형을 일으킬 뿐 아니라 자주 먹으면 인공감미료에 길들여져 자연 미각을 잃게 된다.

 

정성과 손맛이 깃든 전통음식으로 잃었던 미각을 되찾자는 슬로푸드 운동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슬로푸드란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의 반대 말이다.

 

1986년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널도가 들어서는 것에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패스트푸드 반대운동을 벌이면서 슬로푸드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운동은 맛의 표준화를 지양하고 식탁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전통음식을 보존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이 국제적인 모임으로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은 1989년 12월 파리에서 각국 대표들이 모여 미각의 발전과 즐거운 식생활의 권리와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한 '슬로푸드 선언'을 채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운동의 지침은 소멸위기에 처한 전통음식과 식재료, 포도주를 지키고 품질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소생산자를 보호하며 어린이와 소비자에게 미각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우수 농산물과 식품을 전시하고 시식하는 미각의 전당 행사 △희귀종을 보호하는 미각의 방주 프로그램 △유전자 조작 반대 운동 △어린이를 위한 미각 교육 등이 있다.

 

또 음식 품평회와 시음회, 특정나라 음식 맛보기, 생산자들과의 대화, 술과 음식 궁합찾기, 가정음식 경연대회, 슬로 생활 심포지엄 등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전 세계 45개 국에 7만여 명의 유료회원을 가지고 있는 슬로푸드 운동 본부는 이탈리아 브라에 있고 패스트푸드 발상지인 미국에도 50여 곳의 지역본부가 설치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벌은 느림을 상징하는 '달팽이'.

 

2000년 5월 '슬로우푸드 코리아'를 설립해 바른 먹거리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종덕 교수(경남대 심리사회학부)는 "슬로푸드 운동은 1990년대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전 세계로 퍼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관행적 농업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경우, 슬로푸드 운동이 더욱 필요하다면서 특히 "어려서부터 나쁜 음식과 강한 향에 길들여지면 좀처럼 바꿀 수가 없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국내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슬로푸드 운동을 시범으로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는 200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통장류와 장아찌를 생산하는 서일농원, 파주의 장단콩마을, 초성리 청산 김치마을 등 10개 지역을 슬로푸드 마을ㆍ명소ㆍ특구로 지정해 전통음식 복원에 힘쓰고 있다.

 

또 경북 영주시농업기술센터 등 일부 지자체가 중심이 돼 도시 소비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슬로푸드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반응도 좋은 편이다.

 

가장 바람직한 현상으로는 웰빙 열풍을 타고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슬로푸드의 매력에 흠뻑 빠진 마니아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여유.건강.친환경' 등으로 표현되는 슬로푸드가 우리 식탁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대학가에 패스트푸드점 대신에 두부요리전문점, 솥밥집 등 손맛을 느낄수 있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점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사실 깊이 우려내고 오래 기다리며 자연 발효를 근본으로 하는 우리 고유음식은 거의 모두가 슬로푸드다. 메주로 담근 된장과 간장을 비롯해 김치, 젓갈, 삼계탕, 술, 떡, 묵 등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발효와 숙성을 거듭한 최고의 건강식품들이다.

 

김 교수는 패스트푸드가 속도와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문화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형 농업의 산물이라면 "슬로푸드는 가족농 중심의 제철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건강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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