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1일 발표한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세무조사' 결과에서는 악질적으로 수십억원대를 탈세한 외과의사와 예식장업자, 유흥업소업주, 부동산업자, 대부업자 등의 면면이 드러났다.
비보험대상 현금 진료비를 신고하지 않고 부인에게 몰래 증여해 부동산을 구입한 외과의사부터 할인혜택을 준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해 현금 수입금액을 탈루한 예식장업자, 전세자금이 부족한 서민에게 부동산과 전세권을 담보로 이자를 챙긴 대부업자까지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는 수단.방법을 가리지않았다.
◇ MRI등 보험안되는 현금진료비 37억원 탈루
외과의사 박모(52)씨는 일반외과 병원을 운영하면서 보험이 안되는 MRI나 식대, 진단서 발급 수수료 등에 대한 수입금액 37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박씨는 자기가 37억원의 소득을 추가로 벌어들였다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고용의사 급료 등 15억원의 비용도 깎아 신고했다.
게다가 박씨는 탈루한 소득 가운데 12억원을 부인에게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증여하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소득을 축소 신고하고 탈루소득 중 일부를 부인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박씨에 대해 소득세 등 세금 14억원을 추징했다.
◇명의 바꿔가면서 개ㆍ폐업 반복
룸살롱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종업원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체납하는 등 2002년부터 4차례에 걸쳐 세금을 납부해야 할 때가 오면 폐업하고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 다시 개업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게다가 이씨는 현금과 외상 매출금은 마담이나 종업원의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15억원의 수입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씨의 수입누락 금액 15억원에 대해 법인세 등 9억원을 추징하는 한편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입금액을 탈루하는 등 고의적인 조세포탈에 대해 이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이같이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바꿔가며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체납하는 '모자 바꿔 쓰기' 형태의 탈루방식이 유흥업소들 사이에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향후 계속되는 고소득 자영업자 대상 세무조사에서 이같은 탈루사례를 중점 조사키로 했다.
◇ 전세자금 빌려주고 이자소득 20억원 탈루
대부업자 김모(38)씨는 2003년부터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영세사업자와 급전이 필요한 고객에게 부동산담보권(근저당)을 자신의 어머니나 종업원 이름으로 설정하고 한 차례당 1억∼2억원씩 모두 101차례에 걸쳐 연 30∼36%의 이자소득 12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게다가 김씨는 전세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세권을 담보로 한 차례당 2천만∼3천만원씩 175차례에 걸쳐 연 48∼66%의 이자소득 8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국세청은 김씨의 탈루소득 20억원에 대해 소득세 8억원을 추징하고 김씨의 지능적.고의적 세금포탈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현금결제하면 깎아준다며 25억원 탈루
웨딩홀을 운영하는 민모(52)씨는 이용자가 현금결제하는 경우 총금액의 10∼15% 정도를 깎아준다며 현금결제를 유도, 이를 통해 최근 3년간 현금으로 받은 수입금액 25억원에 대한 세금신고를 누락한 후 자신의 개인계좌를 통해 관리했다.
국세청은 누락한 수입금액을 숨기기 위해 신고하지 않은 인건비 9억원을 제외한 탈루소득 16억원에 대해 법인세 등 8억원을 추징하고 포탈세액과 같은 액수의 벌금을 부과했다.
의류부자재업체를 운영하는 박모(39)씨는 모 시장 상가점포 15개를 종업원과 가족 명의로 빌려 점포당 월 임대료 40만∼60만원을 상가 소유주에게 지급하고 재임대해 점포당 월 250만∼550만원을 자기 계좌로 송금받아 4년간 수입금액 18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또 의류부자재 도.소매업을 하면서 무자료거래를 통해 4년간 수입금액 120억원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박씨의 탈루소득에 대해 소득세 등 33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대형화랑ㆍ고급산후조리원 탈세조사 개시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대형화랑, 고급 산후조리원 등으로 범위를 넓혀 또 다시 시작됐다.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5차 세무조사가 위와 같은 사례를 남기고 마무리됨에 따라 탈루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업자 259명에 대해 6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6차 세무조사 대상에는 월 이용료가 1천만원을 넘는 고급산후조리원이 처음으로 포함됐으며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형화랑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국세청은 아울러 잦은 명의변경을 통해 탈루하는 유흥업소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이 미술품을 거래하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규정돼 있지만 개인간 미술품 거래를 돕고 중개수수료를 받거나, 미술품을 많이 사뒀다 파는 대형화랑의 경우 예술작품 거래로 돈을 버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