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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810]
[세무논단] 법인세법 제43조 '세무회계의 기업회계기준 준용'의 문제점- 이우택 한양대 교수

 

법인세법 제43조에서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 있어서 당해 법인이 익금과 손금의 귀속사업연도와 자산ㆍ부채의 취득 및 평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공정ㆍ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의 기준을 적용하거나 관행을 계속적으로 적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 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따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당해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기 규정은 세법상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회계 즉 세무회계가 기업회계를 어떻게 준용할 것인지를 정하고 있는 기본적인 근거규정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세무회계는 「세법의 규정에 의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회계」로 정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무회계에 대한 정의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요소를 분석해 낼 수 있다. 즉
① 「세법의 규정에 의하여」라는 첫째 문단은 세무회계의 세법적 측면을 의미하고
②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회계」라는 둘째 문단은 세무회계의 회계적 측면을 의미한다.

세무회계의 세법적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우선적인 요소는 조세법이 지향해야 하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라는 양대 과세원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을 입법에 의하여 명확히 함으로써 과세권자로부터 부당한 재산권의 침해가 없도록 납세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즉 법에 의하지 않고는 과세할 수 없다는 원리이다.

 

조세공평주의는 납세자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소득에 상응하는 과세를 함으로써 모든 납세자는 국가에서 필요한 재정을 공평하게 조세를 통하여 분담하려는 원리이다. 이에 따라 과세권자는 부당하게 조세를 회피하거나 탈세하는 경우에는 엄격히 제재를 통하여 조세불공평현상을 방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는 기업회계는 기업회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회계이기 때문에 세무회계의 주요 목적인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회계라는 것이다.

 

이는 곧 기업회계가 세무회계를 전부 대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회계를 세법에서 준용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기업회계가 세무회계의 목적인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에 어긋나는 문제점이 있는지 여부를 엄격히 가려서 그의 적용문제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세무회계를 논의함에 있어서 이러한 세무회계의 세법적 요소를 무시하고 회계적 요소만을 논의함으로써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를 물리적으로 일치시키려는 무리수를 계속하여 왔다. 그 대표적인 세법규정인 법인세법제43조와 그와 관련된 시행령, 시행규칙, 통칙 등에서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 법인세법 제43조에서는 과세표준의 산정에 있어서 기업회계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별도규정이 없는 한 기업회계가 과세표준의 산정회계로서 우선 적용된다.

 

그리고 이때 적용할 기업회계의 기준을 시행령에서 열거하고 있는데 이는 곧 과세표준의 산정을 기업회계의 기준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포괄위임입법의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회계의 기준은 과세당국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당국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회계당국에서 제정한다는 것이다.

 

설령 포괄위임입법의 형태라고 하더라도 조세당국에서 조세법규를 정하는 것은 그래도 조세원리를 어느 정도 감안하겠지만 조세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회계당국에서 정하는 규정에 포괄위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세당국에서 조세법률주의 원리를 감안하여 신중히 입법하고 있는 중에도 포괄위임입법이라 하여 자주 위헌판결이 나는 경우를 볼 때 조세분야와 전혀 관련성을 두고 있지 않은 회계당국에서 정한 회계규정을 그대로 준용하는 경우 포괄위임입법으로 인한 위헌판결의 시비는 더욱 많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현행과 같은 입법방식에 의하면 오늘이라도 기업회계 기준의 어느 부분이 개정되고 그것에 대한 규정이 현재의 세법에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그날로 세법의 적용도 자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법의 회계규정이 기업회계의 변경에 그날로 아무런 전후 좌우의 조정이 없이 즉각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국의 조세입법이 이처럼 조세와 전혀 관련성이 없는 다른 규범의 변경에 자동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입법방식은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넌센스 입법이 아닐 수 없다.

 

본래 본법에서 어떤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한 경우 시행령은 법규로서 효력을 가지며, 만일 동 시행령이 바뀌면 동시에 새로운 세법의 집행을 초래한다.

 

따라서 시행령을 개폐하는데 있어서도 엄격한 조세법률주의원칙이 적용되며 동시에 공평성의 원칙, 효율성의 원칙 등 조세원칙들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법령이 개폐되는 경우 개정 전후에 있어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부칙에서 세밀하게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회계의 기준은 세법의 영역과는 전혀 다른 목적과 논리, 그리고 제정절차를 거쳐서 제정되기 때문에 조세원칙이나 논리와는 전혀 동떨어진 상황에서 얼마든지 개폐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법에서 따로 확보하고 있는 ‘별도규정’ 이외에는 기업회계기준 그 자체가 강행법규적 효력을 가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회계의 변동에 따라 수시로 세무회계가 같이 따라서 변동해야 한다.

 

이는 곧 회계기준 설정기관이 조세입법기능을 대리하는 것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

 

기업회계기준이 마치 법인세법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처럼 위임법규로 되는 경우 결국 본법에서 위임한 시행령이 본법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제정될 수 있는 문제를 야기시키며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는 조세법률주의 측면과 조세공평주의 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다.

 

본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은 납세자가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갖도록 하고자 함에 있다. 그렇다고 과세에 관한 모든 사항을 법률 자체에서 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대상을 한정하고 기준을 명백히 하여 일정한 범위내에서 행정입법에 위임할 수 있다.

 

그러나 위임입법의 경우에도 법률의 유보원리 및 기본권제한의 한계원리를 지키지 않으면 그것이 포괄적이든 특정적이든 불문하고 헌법위반이 되므로 행정입법단계에서 엄격한 통제와 규제를 받는다.

 

그래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제정할 경우에도 입법체계, 과세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 또는 다른 과세체계에 충돌되지 않는지 등 조세입법수준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포괄위임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원칙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기업회계의 기준을 제정할 때 어디에서도 이러한 조세법원리에 필요한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제정·개정되고 있는데도 이를 세법에서 그대로 따라야하는 입법방식은 조세법률주의원리에 위배될 수밖에 없다. 조세법관계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입법방식은 조세공평주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조세법률주의 원리 하에서 과세표준은 중요한 과세요건의 하나에 속하기 때문에 과세표준의 결정에 있어서도 납세자들로 하여금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되어야 하므로 회계규정이 다의적이거나 유동적이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세법에서 과세표준의 산정을 기업회계기준에 ‘포괄위임’하는 경우 만일 기업회계기준이 변경되고 이에 의하여 납세자들이 회계처리하였다면 동 기준이 변경되기 전과 후에 있어서 조세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불확정적이고 유동적인 기업회계기준을 세무회계로 그대로 준용하는 경우 세법에 의하지 않고 기업회계기준의 변경에 의하여 조세부담이 달라지게 되므로 조세부담이 회계기준의 변경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당해 규정을 납세자가 조세회피용으로 남용하는 경우 공평과세원칙에 어긋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기업회계기준은 급속히 변경되고 있어 종잡기가 매우 어렵게 수시로 변경되고 있다. 이러한 회계규정에 의하여 세법상의 회계규정이 따라 다니면서 변경되어야 한다는 입법상황은 시급히 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현재의 법인세법 제43조의 규정은 본질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대신 과세표준의 산정에 있어서 기업회계를 존중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필요한 경우 조세법규에서 탄력적으로 회계규정을 정하는 자주적 세법체계로 개정되어야 한다.

 

 

제 374호 (2003. 9. 18)

 

 [조회: 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