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익철 세무사>
세무사를 공공성을 지닌 전문직업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표현은 세무사법에도 나와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것이므로 그냥 덮어둘 수도 있지만, 우리업무의 성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한번쯤 따져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성이란 사적활동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활동의 목적과 결과가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성질의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러한 성질이 있는 일은 원래 개인이나 이익단체의 몫이 아니고 국가나 자치단체와 같은 통치단체가 맡아서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익단체의 구성원인 자격사들의 업무활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 속에는 언제나 공익적요소가 들어있지만, 이러한 요소는 직업윤리의 실천적 발현을 통하여 긍정적으로 수렴된다,
자격사단체의 법률을 살펴보면 세무사법과 변호사법에서만 ‘공공성을 지닌 전문가’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추악한 그들의 업무현실과는 상관없이,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그들의 업무에 공공성이 있다는 주장에는 그런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라는 한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무대리를 본업으로 하고있는 세무사의 업무에 공공성이 있다는 주장에는 어쩐지 궁색하고 쑥스러운 데가 있다.
세무사가 업무수행과정에서 납세의무를 적정하게 이행하도록 도와주고 지도하는 것은 직업윤리에서 울어나는 공익적 배려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세무사의 업무가 공공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세무사의 업무범위가 세무대리에 국한되어 있고, 그 업무가 국민의 재산권과 납세의무가 충돌하는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하여 세무사의 업무가 공공성을 지녔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굳이 세무사단체가 업무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세무사업무의 공익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서 다른 자격사와의 차별을 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개방과 능률의 원리에 의하여 지배되는 자격사 들의 업무영역에 비능률의 상징인 공공성이 동거하는 공간은 허용될 수가 없다.
그리고 가사 그것이 공공이 아니라 공익의 잘못된 표현이라 할지라도, 경쟁시대를 이끌어 가는 전문직업인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주장은 허구임이 명백하다.
아직도 우리조직에는 공공선호의 경향이 상존하고 있지만, 이 허울 좋은 명분 속에 숨어있는 관권의존적 발상은 이제 너무 진부하여 쓸모가 없으므로 버려야 한다.
다원적 이기사회의 첨병이 되어야 할 전문직업인들이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권의 그늘 밑에서 안주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그런 집단에는 장래가 없다.
아직도 관료적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무사 조직의 현실을 생각 할때,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는 세무사제도의 기초를 더욱 다지고,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전문직업인이라고 자처하는 세무사가 세무사법의 규정에 얽메어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에 업무의 초점을 맞출 것을 강요 당한다면 그것을 어찌 독립한 자격사라 말할 수 있겠는가.
노예문서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러한 조항은 외면하면서, 있지도 않는 공공성을 내세워 허세를 부리는 졸책은 업무환경의 경직화를 자초할 뿐이다.
세무사법의 목적과 세무사의 사명이 혼동되고, 공공과 공익이 구별되지 못하는 소연한 사태가 더 이상 계속 되어서는 아니된다.
모든 자격사단체의 법률이 그 첫머리에 제도의 목적만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유독 세무사법이 공공의 깃발이 휘날리는 사명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확인서 발급업무가 추가된 것을 업무확대실적으로 홍보하고, 이로써 세무사의 공신력과 사회적 위상이 제고된 것으로 자평하는 등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허황한 공공의 가면극이 아니라, 빼앗긴 자격을 되찾고 우리의 능력에 상응하는 새로운 업무를 개척해 나가는 일이다.
실력과 신뢰로 무장한 우리의 역량을 모두가 부러워하고, 당당한 자격사의 모습이 완성 될 때까지 내실을 다지는 우리의 자성과 비판은 계속되어야 한다.
제 372호 (2003.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