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 무 석 <이화여대 교수ㆍ법학박사>
I. 정답이 없는 고민
동해안에서 찬물이 올라오는 8월 중순이면 더위가 가시나, 그 후에도 가끔 늦더위가 찾아온다. 노염(老炎)이라고도 하는 늦더위의 기억은 전 세계가 공통이어서 독일에서는 ‘노부인의 여름(alte weibes Sommer)’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인디언 여름(indian summer)’ 이라고 한다. 계절의 흐름에 대한 이해와 같이 국제적 흐름을 같이하는 법인세 세율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연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의 쌍둥이 적자 해결을 위한 세율인하는 유럽연합내의 세율인하 논의와 OECD의 경쟁적 세율인하의 폐단(harmful tax competition)논쟁을 거쳐 오면서 반영된 우리 세법의 오랜 주제이다. 그러나 법인세율 수준의 적정성은 논리적으로 정답이 없다는데 그 고민이 있다.
II. 법인세 인하에 관한 최근의 논의
법인세율 인하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많은 관심사이다. 언론을 통하여 전해지는 정부의 입장이 혼선으로 비쳐지는 것도 이러한 아쉬움의 반영으로 보인다.\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통하여 조만간 공식입장이 정해지긴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론으로는 세율보다는 과세표준의 조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한나라당의 입장은 세율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법인세제를 보완하겠다고 한다. 결국 세부담요인의 양 축인 ‘과세표준’ 또는 ‘세율’ 조정을 통하여 양 입장의 절충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 년들어 법인세 폐지론에서부터 법인세율 인하론까지 무수한 제안들은 있으나 수긍할만한 깊은 논거의 제시가 없었다는 점이 유감이다.
III. 법인세 인하 논의에서 고려할 요인
1. 우리나라 법인세율의 국제적 정합성
법인세율을 인하하여야 한다는 논의의 중심에는 법인세율이 국제적으로 비교하여 높다는데 있다.
그러나 법인세율이 높다면 명목세율의 수준이 높다는 것인지, 아니면 실효세율의 수준이 높다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하며 그 높낮이를 비교하는 대상국가에 관하여서도 합리적인 실증적 자료를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를 떠나 명목세율을 인하하면 국제적 투자입지의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에서 유리해 지고, 동북아중심국가 이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2. 법인세 세부담의 적정성
환란위기 이후에 기업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세제상 여러 가지 정비를 한 바 있다. 특히 경제활동에서 조세의 중립성을 제고하고, 기업의 활력과 국제경쟁력유지라는 측면에서 법인세법, 국조법, 조특법을 대폭 개정하여 새로운 제도를 다수 도입하고 세율도 2001년에 한단계 인하한 바 있다.
현재의 법인세율 인하 주장은 지금까지의 제도개선에서 과세표준에 관한 것보다는 세율부분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결손법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납세기업들은 15% 기준세율의 적용을 받는 기업으로 통계에 나와 있어 1%세율 인하로 얻는 100만원의 법인세 감소는 기업의 경제활동에 도움될 만한 수준의 감소로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3. 법인세율 인하에 선행하여야 할 제도정비
따라서 법인세율의 인하는 결국 대규모 흑자기업을 겨냥한 논의인 것 같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세율인하의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 법인세가 배당소득세의 선행과세인 점을 고려하여야 하고, 초과적정유보소득제도를 폐지한 점이 관련 제도로서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무차별적인 인하보다 실질적인 경제정책에 부합하는 법인세 부담의 감소를 겨냥한 제도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생산에 필요한 제반요소를 세법상 어떻게 인식하여야 하느냐와 긴절한 관계가 있어 법인세제 전반에 걸친 심도있는 연구와 세제테크닉이 요구된다. 이제 세제당국은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
제 372호 (2003.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