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내세워 론스타로부터 서울 강남의 스타타워를 인수한 싱가포르 법인에 대해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외국 회사가 명목상의 자회사 두 곳을 내세워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것에 대한 취득세 부과의 정당성을 두고 법원의 판결이 엇갈려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싱가포르 법인인 M사가 "스타타워의 과점주주가 아닌데도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M사는 2004년 12월 100% 출자해 레코강남과 레코KBD를 설립한 뒤 취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과점주주(특수관계에 있는 자들과 함께 51%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자)를 면하기 위해 같은 달 레코강남은 벨기에 법인인 스타홀딩스로부터 ㈜스타타워 주식의 50.01%를, 레코KBD는 49.99%를 취득했다.
이에 강남구청은 레코강남과 레코 KBD를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M사가 스타타워의 과점주주가 됐다고 판단해, 취득세 등 170억여원을 과세했다.
재판부는 "조세회피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조세공평의 이념에 근거한 것으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법률에 구체적인 부인 규정이 마련돼야 하는데, 법인격이 남용돼 정의와 형평에 반해 허용될 수 없는 경우라면 사법영역에서와 같이 조세법의 영역에서도 법인격 부인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 자회사들은 사실상 독자적 의사나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들은 법인격이 부인돼 그 배후에 있는 원고에게 주식취득의 법률적 효과가 미친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행정4부(민중기 부장판사)도 M사와 같은 방식으로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내세워 서울시티타워의 주식 50%를 사들였다가 23억여원을 과세당한 독일계 펀드인 T사가 서울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T사를 서울시티타워의 실소유주로 보고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었다.
그러나 행정2부(이승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국내 회사를 인수한 네덜란드 법인 비브이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23억여원의 취득세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는 "비브이를 과점주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과점주주는 주식을 소유한 자로 봐야 하는데 관계 법령에서 모회사를 '주주'로 파악하지 않는 한, 50%씩 주식을 소유한 자회사들끼리는 특수관계가 없어 모회사와 자회사들 모두 취득세의 납부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재판부는 "우리 법제하에서 법인격 자체가 부인되지 않는 한, 분할 주식취득으로 원고가 경제적 효과를 받게 된다는 이유로 원고와 A사 및 B사의 법률관계 형성에 관한 의사를 무시하고 원고를 '과점주주'로 보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고 판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