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국세청의 행정자료를 공유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과 국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비밀보호가 우선이라며 통계청의 자료활용 협의를 거부해 과세자료 공유를 두고 두 기관이 대립하고 있다.
18일 통계청과 국세청에 따르면 통계청은 예산절감과 각종 통계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자료와 세무신고자료를 공유하자고 여러 차례 협의했으나 국세청은 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감사원도 통계청이 사업자등록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연간 124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며 이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국세기본법의 비밀유지규정과 납세자와의 신뢰관계 등을 고려해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처럼 국세청이 비밀유지 의무를 내세워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통계청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자료활용을 위한 협의를 적극 추진키로 함에 따라 부처 간 대립이 격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은 최근 국정감사 서면답변을 통해 "통계법 개정을 통한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과 차관청으로 승격된 성과를 활용하고 사회.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홍보와 설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싸움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통계청은 지난해 1월 직원 2명을 국세청에 파견해 국세청 자료가 통계청의 21개 통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올해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공식.비공식적으로 국세청과 만나 자료활용을 위한 협의를 추진했다.
통계청은 또 지난 5월 22일 '국세청 행정자료의 통계목적 활용을 위한 협의안'이란 공문을 국세청에 보내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통계청은 "국세자료와 중복되는 통계조사 항목을 해당 행정자료로 이용하면 사업체기초통계조사와 서비스업총조사의 경우 각각 27억원, 67억5천만원이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계법 7조의 '통계청장은 통계작성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중앙행정기관을 포함한 통계작성기관의 장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국세청 자료를 활용하면 국세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제안했다.
통계청은 회사법인 484개를 대상으로 업체가 신고한 국세청자료를 통계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찬성과 묵시적 동의 비율이 81.4%로 나타났다며 자료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국세청은 지난 7월 9일과 10월 30일 2차례에 걸쳐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국세청은 공문에서 "국세기본법은 과세정보를 조세의 부과.징수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이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자료활용 요청을 거부했다.
국세청은 또 "납세자는 과세관청이 비밀을 보장해 줄 것을 믿고 과세정보를 제출하는데 개별 과세정보가 외부에 제공되는 것을 알면 세무당국과 납세자 간 신뢰관계가 무너지게 돼 세정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7월 통계청이 매년 사업체 기초통계조사를 하지만 이는 국세청이 관리 중인 '사업자등록자료'와 중복되는 게 많은 통계로, 2005년 기준으로 125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발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