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학교육 개혁의 논의과정>
법학교육의 개혁이나 개선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미 1995년 2월 24일 세계화추진위원회가 대통령보고를 통해「법률서비스 및 법학교육의 세계화」방안을 마련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토론이 전개되었다.
법학교육의 개혁은 사법개혁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국가의 사법제도 및 그 실무의 개선은 법학교육전반에 대한 검토와 건설적 대안을 전제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법학교육의 개선과 사법개혁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그 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인 양성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법과대학 사이에 많은 논쟁을 벌렸다. 결국 사법시험제도를 약간 개편하고, 그 합격자수를 계속 확대해 가는 방향으로 잠정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작년에 이어 금년도에 1,000명을 선발한다. 법률가양성제도의 이념과 목표가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고 사법시험 합격자만 늘리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법시험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법과대학생들만이 아니라 비법과대학 학생들이 더 많이 몰려들어 대학교육을 왜곡시키고 있다.
일본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에 관하여 우리나라보다 늦게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나 이미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고 각 대학에서 준비가 되어 2004년부터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현행 법학교육제도의 문제점>
해방 이후 법과대학은 법조실무자 양성을 위해 국가기관으로 설립된 사법연수원과 함께 법률가를 길러내는 기본제도로 정착해 왔다. 하지만 사법시험제도와 맞물려 있는 교육방식과 내용으로서는 전문성과 민주적 시민의식을 갖춘 법률가를 배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이러한 문제점은 확대ㆍ재생산되는 추세에 있다. 현행 법학교육에 있어서 자주 논의되어온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이론과 현실의 괴리
법학교육에 있어서 이론과 실무가 괴리되어 있다는 문제는 법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법학계 뿐만이 아니라 법조계에서 늘 지적되어 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법과대학의 교과과정이 시험 위주의 해석론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무에 대한 연결관계가 희박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법과대학에서 습득한 법학지식과 학업성과를 사법시험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사법시험의 응시자격이 대학의 법학교육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다음으로 사법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가 단편적 논점에 대한 평면적 서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법학교육의 모순을 초래하는 동시에 고시학원의 성행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법연수원의 교육과정도 이러한 괴리에 일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연수교육의 내용이 법학교육과 절연된 채 실무 중심으로만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피교육자들로 하여금 대학에서 배운 법적 사고와 가치관의 상실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2. 교과과정과 법학교육방법의 문제점
내용과 운용면에서 부실한 일반교양과목과 한정된 사법시험과목에 집중된 전공과목의 교육만으로는 전문적 법률가를 양성하기 어렵다. 실제 법학교육의 내용을 살펴볼 때 인접 사회과학이나 어학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고도의 정보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사회의 분쟁과 갈등이 제기되고 국제화ㆍ세계화의 상황에 따른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함께 충분한 어학실력을 갖춘 법률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법학교육으로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법학교육방법 역시 강의를 위주로 한 수동적 교육방식으로는 수동적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을 뿐이고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법률가를 만드는 데는 역부족이다.
3. 법과대학의 비생산성
선발인원의 점진적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시험제도의 개선이 법학교육 정상화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하는 것은 사회인력으로 흡수되었던 고시지망생이 사법시험으로 다시 진입하고 있고, 비법대 학생들이 비정상적으로 고시준비열풍에 휩싸이는 현실은 국가적으로 큰 문제이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이상기류 현상은 대학 전체의 교육을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 학문의 균형적 발전에도 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법학교육의 개선방안 - 법학교육방법의 개선을 중심으로>
1. 법학교육방법의 개선의 기본원칙
우리 법학의 현실은 아직도 주입식 강의방법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방법은 수업자 중심의 주입식 강의방법이기 때문에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할 수 없고, 학습자의 주의를 집중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에 부딪치게 되었다.
법학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이제 강의식 수업방식으로는 실용적인 법학교육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법학의 교육방법은 보다 실용적인 바탕 위에서 학습자들의 창의력과 응용력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개선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영미식 법학교육방법인 사례해결식 교육방법이나 문제해결식 교육방법의 도입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유럽의 법과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협동학습이나 연습, 세미나 등의 방법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2. 교수매체의 활용에 의한 교수방법의 개발
최근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전으로 교수매체의 활용이 법학교육방법의 개선을 위하여 중요하게 되었다. 교수매체는 교육목표가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매개수단 또는 제반 체제이다. 수업자 중심의 강의식 교육에 있어서는 수업의 보조자료로서 교수매체가 역할을 하였다. 비디오나 슬라이드 또는 그림 등을 수업중의 보조물로 사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수매체의 역할은 수업자의 교수보조도구에서 학습자의 학습보조도구로서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법학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교수매체로는 투사매체, 시청각 매체, 컴퓨터 등을 들 수 있다.
3. 유럽의 법학교육방법의 도입
오랜 전통을 가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법과대학에서는 연습이나 세미나 등의 교과목이 내실 있게 교육되고 있다. 특히 연습은 우리나라의 법과대학에서도 대부분 채택하고 있지만 일반강의의 연장인 경우가 많고, 조교, 교재개발, 자료ㆍ도서실 등의 인적ㆍ물적시설이 부족하여 내실을 기할 수 없다. 이론과 실무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교육방법도 도입되어야 한다. 3ㆍ4학년에서는 방학을 이용하거나 교과과목의 수업과 병행하여 법원ㆍ경찰청ㆍ변호사사무실 또는 행정관청이나 법조관련기관에서 실습(Praxis)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연구ㆍ검토해 볼 수 있다. 특히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행정법 등의 강의와 병행하여 법원이나 행정관청에서 실습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한편 공동학습의 방법인 Arbeitsge-meinschaft(AG)나 그룹스터디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강의실ㆍ조교ㆍ교재개발 등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4. 英美式 법학교육방법의 도입
법학교육에서는 이론과 실제가 통일적인 조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법학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강의를 통해 습득한 법이론을 실제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미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사례해결식 해결방법이나 문제해결식 교육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러한 법학교육방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재개발, 자료 및 도서관의 정비, 적정규모의 반편성 등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조세법원 등 전문법원의 설치>
법학교육의 개혁은 사법개혁과 맞물려 있으며, 법학교육방법의 개선은 교육환경의 변혁을 의미하는 사실이다. 사법제도 및 그 실무의 개선은 법학교육전반에 대한 검토와 건설적 대안을 전제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법학교육과 사법현실의 개선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그 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방법과 절차에서는 다양한 이견이 표출되었던 것이 지난 논의의 특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법학교육의 개선과 함께 사법제도의 틀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법원조직을 세계화ㆍ전문화의 시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법조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세, 노동, 사회복지 등의 사건을 관장하는 전문법원의 설치 운영을 제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조세법원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법ㆍ부당한 조세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구제제도는 납세자에게 편리한 제도이어야 한다. 과세절차나 쟁송절차가 과세권자의 위주로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조세법은 조세요건사실에 대한 인정 및 판정에 있어서 처분청 위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세행정심판도 직권주의ㆍ서면심리주의ㆍ비공개주의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조세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행정사건과 같게 취급함으로써 납세자인 국민의 권리구제를 충분히 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조세는 소득, 행위, 사실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국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조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확보하면서 납세자에게는 재산권의 보장과 과세의 형평을 성취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다. 조세법의 집행과 적용 및 분쟁해결 방법도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세분쟁사건을 심판하는 법원도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지난 1998년 3월 1일부터 새 행정소송법에 의해서 조세분쟁사건도 행정법원의 관할에 속하게 되어 오히려 3심제를 따라야 하므로 납세자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의 연방조세법원 제도나 독일의 연방조세법원 제도가 모델로 제시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연방조세사건을 심판하기 위하여 조세 및 조세법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법관으로 구성된 조세전문법원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한편 독일은 연방조세법원이 설치되어 조세분쟁을 2심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가지고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특허관계의 쟁송을 다루는 특허법원을 고등법원급으로 설치한 바 있다. 조세관계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룰 조세법원도 특허법원과 같은 형태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조세전문법원의 설치와 함께 세무사도 조세소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에 대한 전문가인 세무사가 세무분쟁의 초기부터 조세행정심판에 이르기까지 의뢰인과 접촉이 쉽고 변화무쌍한 조세법의 내용과 이론을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무사에게 세무분쟁과 관련된 소송대리권의 부여문제는 WTO 법률시장개방과 법조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선례를 연구ㆍ검토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 359호 (200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