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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의 시대…대형 금융사 싹쓸이
[연합뉴스 2007-12-21]
"국제 금융기관 '쇼핑바람'"…한국은 소외돼

 

중국과 중동, 싱가포르 등의 국부펀드가 신용경색이 뚜렷해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싹쓸이 지분매입에 나서고 있다.

반면 풍부한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외화대출 억제 등 규제로 해외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금융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휘청거리는 국제 금융가를 공략할 적절한 기회를 잃고 있다.

중국판 테마섹으로 관심을 모은 중국투자공사(CIC)가 최근 50억달러를 투입, 미국의 2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지분 9.9%를 확보한 것이 단적인 실례다.

중국투자공사는 5월엔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기업공개(IPO)에 참여, 30억달러를 투입해 지분 10%를 사들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또 외환보유액 200억달러를 국가개발은행에 투입, 국가개발은행으로 하여금 30억달러를 들여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 지분 3.1%를 매입토록 했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올해들어 중국의 국부펀드가 매입한 해외자산은 모두 292억달러 어치로 외국자본의 중국자산 매입액 215억달러를 넘어섰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국부펀드 가운데 자산 8천750억달러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지난달 서브프라임 부실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시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 지분 4.9%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ADIA는 앞서 대형 사모펀드인 아폴로 매니지펀트의 지분 9.9%를 매입하기도 했다.

쿠웨이트 투자국은 다이믈러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지분 7.2%를 확보, 최대주주가 되는 등 오일달러에 힘입은 중동국들의 투자바람이 거세다.

자산 3천330억달러의 싱가포르 투자청(GIC)는 97억5천만달러를 들여 스위스 은행인 UBS 지분 9%를 확보했으며 1천80억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국영투자기업 테마섹도 20억달러로 바클레이스 지분 1.8%를 사들였다.

1천400억달러의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홍콩 금융관리국 외환기금은 홍콩 증권거래소 지분을 5.88%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투자방향을 선회했다. 자산 3천220억달러의 노르웨이 정부의 연기금 GPFG나 1천270억달러 규모의 러시아연방 안정기금(SFRF) 등 대형 국부펀드 역시 최근들어 투자활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은행 전문가인 윈스톤 마(馬文彦)는 "신용경색과 서브프라임 부실을 겪고 있는 미국,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외국자본의 자금협조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투자공사 등 국부펀드들에 최근 '쇼핑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36개 국부펀드가 관리하고 있는 자금은 2조달러로 국부펀드의 강세에 따라 전세계에 확보하고 있는 자산이 13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책당국과 금융권은 미처 이런 기회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홍콩 금융가에서 활동중인 한인 투자은행가는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한국의 금융기관 및 기업들도 외화자금난 해소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국부펀드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가는 "한국 정부가 과거의 외환위기를 의식해 건전성에만 매달리면서 국제 금융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몇십년만의 호기를 놓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며 "금융선진화와 환율안정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정부도 서브프라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1천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회: 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