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당선인이 친(親) 대기업 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희망이 더 커 보였다.
중소기업인들은 3일 이명박 당선인 초청 간담회가 열리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 간담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모여 이 당선자에게 질문할 내용과 순서 등을 협의하며 이 당선인과의 만남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간담회 개최 여부가 지난 1일 전격적으로 결정돼 업계 의견을 모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객관적인 정황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정부를 만들겠다'는 이 당선인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주관적인 호감이 높기 때문이라고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화답하듯 간담회 시간에 맞춰 도착한 이 당선인은 회의실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살아납니다'라고 적으며 차기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을 비중 있게 다룰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간담회서 각종 건의사항 쏟아내 = 중소기업인들은 대선 기간 중소기업중앙회가 각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했던 '5대 중소기업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이 당선인에게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나오기를 그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중소기업인들은 가슴속에 쌓아둔 애로사항을 쏟아내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10여분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이 당선인은 중소기업인들의 건의에 대해 '정책에 반영돼 있다', '검토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업계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박기석 ㈜시공테크 대표와 조욱환 ㈜삼우이앤아이 대표는 대통령 직속의 장관급 전담부처로 중소기업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강력하고 효율적인 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장관급 중소기업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행선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중소유통업체의 사업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확산을 억제해 줄 것을, 우동석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공공구매지원제도가 시행된 이래 공공기관의 발주 물량이 소수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 줄 것을 각각 요청했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보호해 줄 것을,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에 벤처전문가를 보강해줄 것을 각각 건의했다.
이 밖에도 가업 승계 기업인의 상속세 면제, 개성공단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 신용보증공급 원활화 등 각종 요구사항이 터져나왔다.
이 당선인은 이에 대해 "대기업은 자율정책으로 가는 것이 좋겠지만 중소기업은 아직도 정부와의 협력 내지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의 300만 중소기업들이 활개를 치게 되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서민들의 주름살을 펼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는 중소기업과 관련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中企人, 간담회에 만족감 드러내 =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기업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이 당선인에 대해 한결같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장춘상 광주전남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간담회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으며 이 당선인이 기업인 출신답게 중소기업 현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숙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은 "이 당선인이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내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기업 마인드를 가진 대통령이 탄생해 앞으로 기업인들이 경영이 어려워도 (정부)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서승모 IT벤처기업연합회장도 "이 당선인이 우리가 제안한 중소기업정책에 대해 암기하다시피 잘 알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을 잘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이 당선인이 기업 마인드를 아니깐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새 시대에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경제 재도약의 파트너로서 자주 대화하고 어려운 점은 지혜롭게 풀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오늘 간담회가 향후 중소기업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계와 정부가 연 2회 정기적인 만남을 갖자는 김 회장의 제안에 이 당선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죠'라고 답해 앞으로 차기 정부에서 중소기업계 간담회가 정례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