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각 부처가 동상이몽(同床異夢)식 희망사항을 갖고 있어 향후 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는 현재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 관련 주요 4개 부처를 어떤 식으로든 2∼3개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6일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당선인 측이 현재 4개로 나뉘어 있는 주요 경제 관련 부처를 2∼3개로 재편한다는 큰 그림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련 부처들은 위상과 존폐가 걸려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에서도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능을 하나로 모아 효율화하고 부처를 슬림화한다는 대원칙을 밝힌 바 있어 이대로라면 상당수 부처가 타부처에 흡수합병되거나 기능을 잃고 해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각 부처의 희망사항은 나름대로 거창하다.
자기 부처를 중심으로 기능을 확대개편하는 것이 경제원리에 맞고 시장을 컨트롤하는데도 적합하다는 것이다.
◇ 재경부는 재경원 부활 희망
현재 재경부 입장에서 가장 고대하는 개편안은 한마디로 옛 '재정경제원(94~98년)'의 부활이다.
이는 기존 재정.세제 등의 업무에 예산과 기획, 조정 기능을 덧붙이는 것으로 외형상으로는 현재의 기획예산처를 흡수하는 형태가 된다.
이 경우 재경부는 기획에서부터 예산 편성, 집행까지 경제 정책의 모든 과정을 관장하며 명실상부한 '경제 관제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중장기적 경제 조망 기능 부재' 문제나, 참여정부 임기 내내 시끄러웠던 부처들간 불협화음 문제 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재경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예산을 가져와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금융정책 등의 기존 기능을 잃고 분해되는 경우다.
실제로 인수위 안팎에서는 재경부의 금융정책국과 금감위.금감원을 합쳐 금융위원회 또는 금융청을 만들거나 금감위가 재경부 금융정책국을 흡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만약 현재의 기획예산처가 '국가전략기획원'(가칭)과 같은 경제 총괄부처로 확대돼 재경부에 그나마 남아있던 경제정책국 등의 기획 기능까지 빼앗을 경우, 결국 재경부는 지난 94년 경제기획원과 합쳐 재정경제원으로 거듭나기 전의 '재무부'에서 금융기능마저 없는 수준으로 추락할 처지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 1일 일본 대장성의 조직 개혁을 '타산지석'의 사례로 거론한 뒤 재경부 내부에서는 '베스트' 보다는 '워스트'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기획처는 옛 경제기획원 희망
기획예산처는 재경부의 경제정책 기능을 떼어와 예전의 경제기획원 정도의 부처로 재편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지금도 중장기적인 재정전망이나 기획, 양극화 해소, 공기업관리 등 예산 이외의 업무를 일부 하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대한 정책조정이나 기획 기능은 재경부에 의존,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년전 기획예산처의 중심부서인 예산실의 이름을 바꿔 재정운용실로 개편하거나 기획예산처를 언론에서 줄여 쓸 때 예산처가 아닌 기획처로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오래 전부터의 포부를 담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처는 반대로 예산기능을 재경부에 빼앗길 경우 부처 자체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기획처는 그러나 조직개편에 관한 한 내부적으로는 민감해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조직개편은 어디까지나 당선인 측의 몫으로 해당 부처에서 이렇다 저렇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 금감위는 금융부로 확대 기대
재경부 조직개편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중 하나가 바로 재경부 금융정책국 기능을 따로 떼어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금감원을 합쳐 금융위원회나 금융청을 만드는 방안, 금감위가 재경부 금융정책국을 흡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감위는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법률 제.개정권을 갖게 되면 감독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감독의 법적 책임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금융회사를 일일이 감독하기 위해서는 금감원과 통합하기 보다는 금감원을 지금과 같은 집행기구로 산하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정책의 총괄기능을 정부 부처에서 맡더라도 금감위와 금감원은 공적 민간기구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위가 재경부의 금융정책국을 흡수할 경우 금융정책과 감독 권한을 한 손에 쥐게 돼 금감원은 '금융회사 검사소'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공정위 "최소 현상태는 유지해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소한 현 상태의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새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와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동안 기업들과 '대척점'에 서있던 공정위로서는 위상이나 권한의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고 현 수준만 유지해도 '선방'이라는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2006년 말을 끝으로 그동안 해묵은 논란의 화두였던 재벌정책에서 벗어나 기름값에서부터 세제와 밀가루, 설탕에 이르기까지 생계밀착형 담합과 불공정행위를 적발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공정위 노력이 국민의 피부에 와닿게 하려면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확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현 수준의 조직과 권한, 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직개편 과정에서 재경부를 비롯한 경제부처의 한 부분으로 통합 흡수될 경우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경쟁정책 수립이라는 본연의 업무가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정확한 전망을 점치기 어렵지만 대부처, 대국 체제라는 새 정부의 방침을 감안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밖에 없어 공정위가 향후 조직개편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 정책은 공정위 업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하도급 등 중소기업 문제나 소비자, 공정거래와 경쟁촉진 등 경제질서를 바로잡는데 공정위가 없어서는 안될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들도 모두 경쟁당국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추세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산자부는 정통.중기청 기능 흡수 원해
산업자원부는 '현 상황유지'가 최선의 대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조직개편이 이뤄져도 그리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하에 내심 여러가지 셈법을 내놓고 있다.
정부 부처 수를 축소할 경우 산자부가 가장 유력시하고 있는 대안은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 산업 관련 기능을 넘겨받는 것이다. 그간 이 분야는 양 기관간 업무 중복이라는 안팎의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온 부분으로, 산자부는 조직개편이 이뤄질 경우 가능성 높은 대안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새 정부가 '대기업은 자율, 중소기업은 지원강화'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청이 일각의 주장대로 '중소기업부'로 확대 개편되는 것은 산업정책 기구가 중복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이 보다는 중기청을 통합해 부내에 '중소기업정책본부' 등의 반독립적 기구를 두는 방안을 '바람직한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산자부가 아직 본격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과거 보유했던 통상협상기능의 회복도 내심 기대하는 부분이다.
통일부가 외교통상부와 통합되거나 존치되더라도 상당부분 기능을 넘겨줄 경우 외교통상부가 방대해지고 '본업'인 정무기능에 비해 통상협상 기능이 지나치게 왜소해지는 만큼, 이를 산업 주무부처인 산자부쪽이 맡는 형태의 원상회복이 바람직하다는 게 산자부쪽의 '희망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