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청와대냐, 예산권까지 손에 넣은 기획재정부냐.
16일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앞으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어디서 할지 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청와대 개편에서는 기존의 경제정책수석과 경제비서관을 합친 경제수석을 마련, 과거 경제정책에서 큰 힘을 발휘했던 경제수석의 부활을 알렸고 정부 차원에서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친 공룡부처 기획재정부가 탄생하면서 경제정책의 총괄 부서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일반적인 경제정책은 조정기능을 원활히 하게 된 기획재정부가, 예민하거나 대통령의 관심 사안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장관과 경제수석 중 누구에게 대통령의 힘이 실리느냐, 누가 선임되느냐 등에 따라 힘의 균형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컨트롤 타워 하라고 기획재정부 만든 것"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현 체계는 국가의 중ㆍ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기능이 미흡하며 정책기획ㆍ조정기능이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로 분산되어 의견 조율 비용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경부와 총리실의 정책조정은 실효성이 저하되고 예산ㆍ국고ㆍ세제 등 재정기능이 분산돼 재정건전성에 대한 통제도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게 ‘기획재정부’라는 것이다. 기획예산처의 재정전략, 재경부의 경제정책ㆍ정책조정, 국무조정실의 경제정책조정 기능을 묶어 기획ㆍ조정창구를 통합하는 것은 곧 흩어져 있는 경제정책 역할을 기획재정부에서 도맡아 일사불란하고 효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새 정부의 조직운용 기본방향에도 들어맞는 내용이다.
재경부나 기획처 관계자들도 앞으로 기획재정부가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조정 기능을 제대로 하라는 목적 하에 공룡부처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예산기능을 합친 것 아니겠느냐"며 "물론 필요한 사항은 청와대에서 챙기겠지만 일일이 경제정책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실질적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
외견상 경제정책 조정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하도록 돼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참여정부에서도 실제로 재경부가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갖고 있었지만 사사건건 청와대가 개입했다.
더욱이 이명박 당선인은 경제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가 경제정책에 달려 있는 상황이어서 당선인은 취임 후 경제문제를 직접 챙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경제수석은 비서실 조직 형태와 상관없이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제수석은 형식은 참모이지만 내용은 지금의 경제부총리 이상의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과거 정부에서도 적지않게 나타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경제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며 대통령의 생각을 대변하는 경제수석은 부처 장관들에 비해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와 관련 경제수석은 경제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을 연결하는 메신저 역할에 머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김형오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청와대 비서실을 기본적으로 컨트롤 타워로 보기는 어렵고 참모의 역할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부작용을 우려한 인수위 측의 방어논리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장관.수석 캐릭터 따라 달라질 듯
대통령이 아무리 경제를 중시하더라도 청와대가 지나치게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역할 수위는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정책에 개입하면 무엇보다도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 창의성, 전문성이 상실되면서 모든 부처가 정책결정 전에 사소한 일까지 청와대 허락을 받는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부처의 관계자는 "청와대의 개입이 불가피하지만 가능한 한 중대현안으로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부처의 업무성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 누가 장관 또는 경제수석이 되느냐에 따라 컨트롤 타워 역할도 비중이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목소리를 내기 좋아하는 인사가 경제수석이 될 경우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이 많아질 수 밖에 없고 부처 입장에서는 수석의 발언이 개인의 생각인지, 대통령의 뜻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워 수석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순수하게 경제만 생각하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정치나 다른 논리에 따라 경제정책이 영향을 받는 일도 생기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권교체의 혼란기에는 오히려 일사불란한 정책추진을 위해 당분간 청와대가 직접 조정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당선인이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만큼 새 정부조직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힘을 집중시켜 직접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