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심판원이 납세자의 지방세 관련 불복에 대한 구제기능까지 합쳐져 조세심판원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조세 관련 입법 부서인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환 예정)의 산하기관이 아닌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편입, '중립성'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6일 이러한 내용의 조세심판원 신설방안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발표했다. 인수위는 오는 2월 정부조직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국회 통과가 이뤄진다면 조세심판원 설립이 최종 확정되게 된다.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납세자 구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세와 국세심판 기능을 합치고 국세청과 감사원의 심사기능까지 모두 더해 '조세심판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그닥 '힘'을 받지 못한 채 좌초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인수위에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통합(기획재정부) 과정에서 재경부의 방만한 살덩어리를 제거하는 일환으로 국세심판기능을 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조세심판원'의 밑그림을 전격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해묵은 논란이 단박에 해결되게 된 것.
납세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재경부 소속이 아닌 총리실 산하의 조세심판원이 설립되면, 권리구제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판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조세심판원' 어떻게 신설되나?=인수위는 이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기능을 통합하는 '기획재정부' 신설방안을 내놓으면서 재경부의 금융·국세심판 기능 등을 타 부처로 이관해 조직의 효율성을 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재경부 산하 국세심판원은 행정자치부의 지방세심판위원회와 통합하고, 심판의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으로 신설키로 했다.
지난 1975년 재무부 소속의 국세심판소로 개소한 이후, 30여년 만에 부총리급 산하기관에서 총리급 산하기관으로 위상이 올라서게 된 것. 다만 조세심판원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킬 것인지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직개편으로 기존의 국세와 관세에 대한 심판청구만을 담당하던 국세심판원은 '조세심판원'으로 거듭나면서 지방세까지 통틀어 모든 조세분야를 망라하는 불복업무를 주도하게 된다.
아울러 새로운 기능(지방세 불복)이 합쳐지게 됨에 따라 현재의 조직보다 조직의 몸집이 불어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조세심판원 설립 최대 수혜자는 '납세자'=국세심판원은 납세자가 세금에 대해 억울한 일이 있을 경우 관련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을 내려주는 곳이다. 대표적인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인 셈이다.
조세분야와 관련해 재정경제부가 '입법', 국세청은 '행정' 기관이라면 국세심판원은 '사법'을 담당하는 기관인 셈. 그러나 국세심판원은 조세분야의 입법기관인 재경부 산하기관으로 돼 있어 심판결정에 대한 납세자들의 일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그동안 납세자의 권리구제 개선을 위해 독립된 형태의 조세심판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국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으로 위촉된 서희열 강남대 교수는 한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국세심판원 심판청구와 지방세 2차 심사청구를 조세심판청구로 통합해 국무총리 소속의 조세심판원으로 통합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세연구원 및 각계 교수들도 조세구제제도의 개선과 관련해 "국세나 지방세는 과세주체가 다를 뿐 납세자 입장에서는 조세채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어 구제절차에 있어서도 동일한 절차에 의해 해결 되어야 한다"며 지방세심판원 설치의 타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조세구제와 관련한 한 전문가는 "조세심판원이 설립되면 심판 결정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조세불복을 하는 납세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세심판원, 인사가 '걸림돌(?)'=조세심판원으로 확대 개편될 경우 문제는 '인사'다. 현재 국세심판원 조직원들은 재경부나 국세청에서 세제경험을 쌓은 공무원들이 거의 대부분. 심판결정을 내릴 때 세법이나 세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심판원에 소속된 5명의 상임심판관(국장급)과 13명의 조사관(과장급)이 심판청구와 관련한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들의 경우 국세 관련 경력이 법적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임용이 가능토록 돼 있다.
현행 국세기본법에는 국세심판원의 상임심판관이 되려면 국세(관세 포함) 관련 4급 공무원 이상 또는 고위공무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하거나,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근무해야 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또한 조사관 역시 3급·4급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이나 계약직 공무원으로서 국세(관세 포함) 관련 사무에 2년 이상 근무하거나,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관세사 등의 자격을 가진 경우에 한해 임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재경부나 국세청 출신으로 법적 요건을 갖춘 인력수급이 원활했지만 재경부에서 완전히 독립될 경우 현실적으로 인력수급이 뒤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방세 심판청구가 합쳐질 경우 지방세 업무를 일정 기간 이상 담당해야 하는 조건을 추가해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조세전문가는 "인력수급의 문제는 '민간출신'에게도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민간에 더 많고 유연한 사고와 전문성을 갖춘 가진 민간인들이 많이 참여할 경우 공정성이 더욱 제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감사원·국세청 심사기능도 통합해야 한다(?)=조세심판원 설립과 함께 일각에서는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는 감사원 심사와 국세청 심사기능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인수위는 조직개편안 발표자료에서 조세심판원 설립이라는 큰 그림만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특히 감사원과 국세청 심사조직과 결부된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생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조세심판원이 납세자 입장에서 종합적인 불복업무를 담당하고, 행정적인 효율을 기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감사원 및 국세청 심사청구 관련 업무도 함께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과 국세청에 과세불복 심사기능을 심어놓은 것은 납세자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각 기관별 적절한 견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현행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