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21일 오후 삼성의 고가 미술품 보관처로 지목된 '에버랜드 물품창고'를 압수수색해 다량의 미술품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4시께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도착해 안내견.구조견 학교 뒤편에 위치한 창고를 수색했다.
◇ '비밀의 창고'에 고가 미술품 있나 = 에버랜드 압수수색의 관건은 과연 고가 미술품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이 곳에는 삼성측이 비자금을 사용해 구입한 의혹이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포함해 박수근, 유영국, 엘스워스 켈리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 보관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창고 안에는 각종 선반에 크고 작은 그림들이 보관돼 있고 삼성측이 창고를 미술품 보관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항온ㆍ항습 설비를 설치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항간에는 '비자금 조성ㆍ관리 의혹'의 핵심 단서인 주요 서류와 물증도 보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압수수색에서 이미 수천~수만점의 미술품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고, 남은 문제는 과연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90억원), 스텔라의 '베들레햄 병원'(100억원) 같은 고가 미술품이 존재하는지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평소 에버랜드 창고는 맹인 안내견ㆍ구조견 등을 기르는 축사로 주로 쓰이며, 각종 행사 소모품이나 교육용 교재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도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 창고는 본래 용도 대신 삼성그룹 일가의 고가 미술품을 보관하는 '비밀 창고'로 쓰이고 있고, 비자금 의혹을 보여주는 서류와 물증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수색 대상이 됐다.
창고 옆에 위치한 자동차 문화교육 및 경주용 차 전시용 삼성화재교통박물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특검이 에버랜드 압수수색에서 미술품 수천~수만 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 '에버랜드 비밀 창고'의 실체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은밀하게 구입한 미술품의 규모와 구입자금의 출처, 구입 경로 등도 확인될지 주목된다.
◇ '미술품 구입' 의혹, '비자금 사용처' 확인으로 연결될까 = 삼성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측이 차명계좌를 통해 확보한 수백억원대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들을 사들였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토대로 미술품 거래에 관여한 서미ㆍ국제 갤러리 등 유명 갤러리와 고가 미술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알려진 리움미술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거래내역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검의 압수수색은 고가 미술품이 창고에 은밀히 보관됐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라는 의미가 있다.
은밀히 보관된 고가 미술품의 존재가 드러날 경우 삼성측 비자금이 미술품 구입에 쓰였다는 의혹을 확인할 길이 열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미술품이 보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미술품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특검은 서미ㆍ국제ㆍ리움 미술관 등의 매출 및 해외 미술관과의 거래내역을 조사하고, 국세청 등과 협력해 세금신고 내역 및 매수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등 간접 수단을 통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압수수색이 예상 외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삼성가(家)'의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등 '인적 수사'가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져 삼성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