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한 뒤 대안을 만드는 것은 규제가 규제를 만드는 셈"이라면서 대안마련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앞으로 출총제 폐지 이후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고 시장공시 강화 등 사후적 규제로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총제는 효과 자체가 미미하고 실질적으로 기대효과를 다했다"면서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풀고 이를 보완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은 규제가 규제를 만드는 셈"이라며 "출총제 폐지는 정부규제 완화에 대한 상징이며 시장에서 기업규제완화에 대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위원장은 이어 "대기업정책은 주주 등 이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가야하며 이를 위해 시장 공시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순환출자 금지 등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활동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지 않고 사후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경쟁법 뿐 아니라 모든 법은 진화해야 하며 개방화, 국제화 등 경제적 여건이 변하는데 따라 공정경쟁의 룰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는 정권의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의 완화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희망하는 일부 재벌그룹에서는 지금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도 있다"면서 "그런 곳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업의 활동이 좀 더 자유롭게 된다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향후 공정위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 "정부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는 것부터 시장의 활성화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경제규모가 작고 정부가 충분히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후견인, 감시자 역할을 하면서 민간에 역할을 떼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공정위는 자본주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되는 기본질서와 법체계를 유지하고 감시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런 기능이 없어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