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들어 각 분야에 개혁이 한창이다. 정부가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목적은 잘못된 관행과 구태를 바로잡아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있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개혁의 최종목표일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국세무사회는 어떤가. 지난 4월 29일 치러진 회장선거에서 회원들은 개혁성향의 ‘정구정후보’를 선택했다. 회원들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음이 현실로 증명된 것이다.
한국세무사회는 회원 5,500명 시대인 지금도 회원 1,000명 시대의 조직과 인력의 운영 틀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주택으로 말하면 40년 동안 제대로 보수 한번 하지 않아 곳곳에 비가 새고 있는 것이며, 옷으로 이야기하면 10살 소년 때 입던 옷을 장년이 된 40살에도 그대로 입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세무사회의 개혁은 논의만 분분하다가 관행을 내세워 별다른 진전없이 끝나곤 했다.
어느 누구도 고통이 따르고 말썽많고 귀찮은 개혁에 나서려 하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도 당장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세무사회 예산도 기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 감사인이 ‘2002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세무사회 세출예산은 조직과 인력운영관리비가 70%인 41억원이고, 반면에 회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연수교육비ㆍ연구비ㆍ자료발간비는 세출예산의 8%인 5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예산구조가 왜곡된 원인도 한국세무사회 창립 40년이래 제대로된 조직개편과 인력정비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 집행부가 또다시 과거의 잘못을 답습해서는 안된다. 이제 세무사회의 개혁은 회원이 새 집행부에 부여한 소명이다. 20세기 독일의 대표적 여성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관행보다 무서운 죄악은 없다”고 했다. 한국세무사회는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깨뜨려야 회무가 바로서고 투명한 예산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므로 회원이 5,500명에 달하는 현 시점에 새로 들어선 집행부는 예산과 조직 및 인력의 운영에 있어 40년 묵은 구태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조직개편에는 본회와 지방회의 관계정립 문제가 확실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일부 지방회장이 주장하고 있는 지방회독립 방안, 지방회 축소 또는 폐지방안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놓고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개편방안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 감사인이 지난 4월 29일 총회에 보고해 채택된 ‘2002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지적한 조직개편과 인력정비 방안도 함께 감안돼야 할 것이다.
본회와 지방회 역할이 중첩되고 모호한 현 체제는 예산만 낭비하고 조직운영에 있어 회원의 힘을 얻을 수 없다. 지방회조직의 개편과 사무국인력의 정비는 예산을 절감하면서 한국세무사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관건이다.
미(美), 제너럴일렉트릭(GE) 연수원에 가면 10번 이상 듣게 되는 경구가 있다. 그 내용은 “뜨거운 물에 갑작스레 빠진 개구리는 펄쩍 뛰어나왔기에 살아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안에 갇힌 개구리는 변화를 주저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개혁의 중요성과 변화를 소홀히 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앞으로 새 집행부가 조직개편과 인력정비를 제대로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하루빨리 구체적 일정과 내용이 담긴 개혁청사진을 회원에게 내놓고 이를 차근 차근히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회원이 안심하고 새 집행부를 믿고 기다리지 않겠는가.
개혁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바꿀 개(改)’와 ‘가죽 혁(革)’이다. 진정한 개혁을 이룩하려면 우리 몸의 살갗을 바꾸는 것과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새 집행부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회원의 의사를 제대로 수용해 이를 실천해야만 성공한 집행부가 될 수 있고 회원의 권익이 신장되며 세무사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제 368호 (2003.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