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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426]
[隨想] 질경이의 추억 -최규환 세무사

 

무더운 7월도 저물어간 어느날 여느때처럼 퇴근 후 곧 바로 집에 들었다. 안식구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풀뭉치를 해쳐 놓고 다듬고 있었다.

 

안식구는 내가 묻기도 전에 농장을 경영하는 평소 알고 지내던 아줌마의 경험담인즉‘질경이를 뿌리째 캐다가 陰乾하여 푹 다린 물을 일상 차 마시듯 장복하면 남성들의 이뇨작용에 특효가 있다’라는 말을 듣고 보라매공원에 들러 질경이를 뿌리째 한봇다리 캐 왔다는 것이다.

 

평소 PSA수치가 높아 병원약을 복용하고 있는 터라 더불어 신경을 쓴 나머지 단방약 효과를 기대해 보려는 것이다.

 

한방약이란 정성들여 다린약을 그에 못지않게 정성들여 마셔야 약효과를 본다는 충언을 간직하며 더욱이 땀흘려 캐온 모든 성의를 보아 감사한 마음으로 거르지 않고 착실히 복용하리라 다짐했다.

 

다음날 질경이 풀에 대한 학술적 근거에 대해 알아보려고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질경이는 질경이과의 여러해살이 쌍떡잎식물로 분포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사할린, 시베리아 등지에서 풀밭이나 길갓 빈터에서 자생하며 꽃줄기 10∼50㎝ 정도로 하얀꽃이 이삭모양으로 피어 가을에 약간 검정색씨가 맺힌다.

 

약리효과에 있어서는 어린잎은 식용으로 쓰이고 한방에서는 잎을 車前종자를 車前子라는 약재로 쓰인다. 차전자는 설사를 멈추게 하며 간기능을 활성화하고 어지럼증 두통에 효과가 있으며, 또한 이뇨작용에 있어 신우신염, 방광염, 요도염에 사용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질경이의 본질을 명확하게 터득하고 나니 질경이에 대한 무한한 애착을 느끼게 된다.

 

질경이란 이름은 우리 고장 남쪽지방에서는 생소한 이름일뿐 도통 빼부쟁이로 통한다. 물론 서식장소는 밭두렁, 텃밭, 고삿터, 길갓 등지에서 강인한 자생력으로 무성하게 자라 귀찮은 존재로 천대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어린 잎을 따서 식물로 해먹은 관습도 없는 터라 오직 재기감으로는 최상으로 꼽히고 있었다. 재기로 쓰이는 풀 중에는 빼부쟁이 먹우잎, 담쟁이 넝쿨잎이 있으나 먹우잎, 담쟁이 넝쿨잎으로 만든 재기는 잎이 연약하여 몇 번 안차서 뭉개지고 만다. 하지만 빼부쟁이 잎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잎이 두텁고 섬유질이 강해서 잎줄기의 육질을 벗겨내면 섬유질만 남게 된다.

 

이 이파리 5·6개씩 한묶음으로 하여 2∼3묶음으로 합쳐서 맺으면 풍성한 재기가 탄생된다. 재기놀이에는 샘재기, 사방재기, 종로재기 등으로 분류되는데 필자의 유소년시절 우리 고장에서는 사방재기 아니면 주로 샘재기를 찼다.

 

샘재기 차기란 두사람 내지 세사람이 각자의 재기로 일정한 룰에 따라 승자를 가리는 내기차기를 한다.

 

그 룰을 요약하면 샘 10개씩 한쪽발차기, 양쪽발차기, 자기키높이차기, 머리 이마위에 올려차기, 마지막으로 제일멀리차내기로 최종승자가 가려진다.

 

그 때 그 시절 놀이기구란 따로 있나 재기차기 아니면 자치기 그리고 짚을 뭉쳐서 새끼줄로 얽어 매어 둥그렇게 만들어 공놀이 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그게 얼마나 순수하고 낭만적이었든가를 알 수 있다.

 

어느듯 석양노을 짙게 드리운 인생여로에서 그들과 재기차고 놀았던 그 추억들이 파노마라처럼 스쳐갈 때면 나도 모르게 이은상 가고파 詩曲의 포에지에 심취되어 스스로 음치를 자청해 본다.

 

(내고향 남쪽바다 저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동무, 오늘은 다 무얼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얼마나 낭만적이고 서정이 샘솟는 동심의 절규이든가. 김상옥 시인은 살구꽃 피는 마을은 어딜가나 고향같다고 하였다. 나는 어느 길가에서나 빼부쟁이를 만나면 재기차고 뛰놀던 동심의 세계로 회귀한다. 지난 9월 중순 일요일 관악산 줄기 호암산 호암사 텃밭 끝자락에 풍성하게 널려 있는 빼부쟁이를 뽑아 재기를 만들어 차 보았지만 어리석은 만용에 주위사람들의 실소만 자아내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질경이 아니 빼부쟁이는 나의 추억의 淵源이며 향수의 상징으로 오늘도 추억을 마시며 약리효과를 기대해 본다.

 


제 352호 (2002.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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