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2일로 협상 타결 1년을 맞는다.
한.미 FTA는 14개월 간의 피 말리는 협상 끝에 타결됐지만 이후 양국의 정치 일정에 발목이 잡혀 국회와 의회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조기 발효는 아직 불투명하다.
양국 정부는 협정을 내년에 발효하는 게 목표지만 우리 국회는 총선에 정신이 없고 미국 측 행정부는 아직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지도 못했다.
여기에 민감한 쇠고기 문제가 남아 있고 FTA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미국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도 있어 상황이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조기 발효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이달 중순에 예정돼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 정치 일정에 교착..희망은 있어
한.미 FTA를 국회 심판대에 먼저 올린 것은 우리 측이었다.
우리 측 행정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뒤늦게 상정했지만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하지만 "많은 국회의원들이 비준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 이후 17대 국회의 법적 임기가 남아 있는 5월 말까지는 처리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18대 국회로 넘어가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미국 측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협상론을 차단하기 위해 17대 국회에서 우리가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이 한.미 FTA의 경제적 이득을 살필 수 있는 냉정함을 되찾고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여론도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미국 측은 아직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하지도 못한 상태다. 대선 과정에서 FTA 반대 주장이 나오고 있어 의회 통과를 확신할 수 없고 한.미 FTA에 앞서 서명한 미.콜롬비아 FTA도 상정하지 못했다.
미국의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한.미 FTA를 연내 통과시키려면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는 8월 1일까지 처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5월~6월 초에 FTA 이행법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불투명하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콜롬비아와의 FTA를 조기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이 콜롬비아 FTA 처리와 관련해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개정안 등의 처리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공화당이 이를 수용한다면 한.미 FTA 통과를 위한 여건이 개선될 수도 있다.
◇ 美 유력 대선후보들 FTA 비판
FTA에 대한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의 비판적 입장도 변수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 의원은 지난 2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직접적으로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고 같은 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 의원 역시 자동차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어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이들이 소속된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한.미 FTA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오바마와 힐러리의 입장에 대해 "노조가 지지기반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말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반대했지만 당선 이후 비준을 했다"고 말했다.
◇ 쇠고기, 뜨거운 감자
한.미 FTA의 미 의회 통과를 위한 선결 조건인 쇠고기 문제도 아직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미국 측은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줄곧 연령.부위 제한 없이 모든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내 국회.정부 관계자들이 "쇠고기 시장 개방 없이 FTA의 의회 비준은 불가능하다"고 노골적으로 우리 측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측은 미국의 사료 정책 등이 미흡한 만큼 광우병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당장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포함해 모든 부위와 연령 제한을 철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작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한.미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 협상이 재개돼 상황이 급진전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기본적으로 한.미FTA를 지지하고 비준동의안 통과를 서두르는 만큼 쇠고기 문제로 마냥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정상회담에서 돌파구 기대
이에 따라 오는 18~19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와 관련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 모두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한.미 FTA의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정상회담 의제 등을 조율하는 자리에서 한.미 정상이 FTA의 연내 처리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이를 공표하는 것이 미 의회의 비준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양국의 정상회담이 한.미 FTA 해결에 필요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