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北京)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교역, 투자확대, 금융,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와 통상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해 한.중 경제 협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양 정상이 한국과 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중 FTA 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 한.중 FTA "적극 검토"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민관 합동 공동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한.중 FTA를 적극 검토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한.중 FTA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6월에 나올 산.관.학 연구결과를 토대로 협상개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다"는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나아간 것이다.
FTA 협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한.중 FTA를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 마지막 회의가 남아 있다"며 "공동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공청회와 같은 국내 여론 수렴 절차, 중국 측 사정 등을 감안해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 나온 FTA에 대한 "적극 검토" 합의는 FTA 성사를 향한 양국 정상의 강해진 의지가 읽힌다.
이미 논의가 이뤄졌던 한.일 FTA가 갈수록 커지는 대일 무역적자문제와 일본의 소극적 농산물 개방방침 등으로 인해 아직 재개에 대한 실무수준의 협의만 거론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대한상의가 지난해 11월 수도권의 30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4.3%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FTA로 한.중 FTA를 꼽았고 코트라가 지난해 4월 178개 중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 93.8%가 한.중 FTA를 매우 지지하거나 지지한다고 응답해 양국 업계는 빠른 FTA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측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선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도 동북아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4~3.2%, 중국의 GDP는 0.4~0.6%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FTA가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제적 이득의 토대 위에 양국의 정상회담으로 FTA 추진이 촉진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재배하는 중국과의 FTA로 국내 농림수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어 중국과의 FTA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내에서 있고 중국에서도 제조업 강국과 처음 추진하는 FTA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연구기관들은 한.중 FTA로 인한 국내 농림수산업에 대한 피해는 한.미 FTA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에너지.무역.투자 대중 협력 커질 듯
양국 정상회담으로 에너지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 측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원전 가동 30년을 맞아 우리 측의 원전 기술이 한국형 원자로를 설계할 정도로 올라선 만큼, 조만간 30기의 원전을 발주할 예정인 중국을 우리의 핵심 원전 시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에너지 가격 폭등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원전 뿐 아니라 다른 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은 우리 의 중요 파트너다.
이미 한국전력이 중국 산시 국제전력 집단공사, 도이치뱅크와 합작해 중국 산시성 지역에 총용량 933만kW 규모의 화력발전소 24개를 인수하거나 건설하는 발전사업을 하고 있고 가채 매장량 23억t 규모의 유연탄을 캐내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앞으로 양국간 협력이 확대된다면 중국 측은 우리 측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석탄을 포함한 자원개발과 발전설비 확대를 추진하고 우리는 안정적인 자원 공급선을 확보하게 되는 '윈-윈(win-w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투자분야는 에너지분야를 능가하는 우리의 관심 사안이다. 우리 기업들이 그 동안 중국에 투자한 누계 금액만 233억 달러에 달해 중국이 대기업은 물론, 특히 원가 부담에 짓눌린 중소기업들의 활로가 돼 왔다.
최근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야반 도주'가 늘면서 일부에서 기업인 감금사태가 발생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측은 현재 중국 정부에 대해 청산에 대한 투명성 제고, 기업 청산시 원스톱 서비스 제공, 빈번한 감금사건에 대비한 기업인 신변안전 보장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동통신과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협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006년 중국 정부와 3세대(G) 이동통신기술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 분당에 중국이 독자 추진하고 있는 3G 표준인 TD―SCDMA 실험국을 만들고 기술 개발과 부가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해 꾸준히 기술협력을 해왔다.
SK텔레콤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국 베이징 시와 u-시티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중국 현지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