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한.미 쇠고기 고위급 추가협상이 일시 중단돼 그 배경과 앞으로의 협상 전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측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통상장관급 회의로 협상의 격을 높여 13일(이하 현지시간)과 14일 이틀 동안 협의를 했지만 상호 만족할만한 해법 도출에 이르지 못해 앞으로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하기로 하고 이번 추가 협상을 마무리했다.
◇ 고위급 협상 왜 중단됐나
양측은 애초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이번 추가 협상을 시작했고 13일과 14일 협의 이후 15일 하루를 쉰 뒤 16일 다시 협상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양측이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 수입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다소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면서 추가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이번 추가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었는지는 김종훈 본부장이 귀국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정부의 추가 협상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와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큰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협상에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쉽지 않은 협상"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한국 수입을 막기 위한 조치와 민간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에서 모두 합의를 보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양측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교역하지 않겠다는 민간 수출입업자들의 자율 규제를 어떤 식으로 보완할지를 놓고 협상을 했고 우리 측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표시와 함께 연방정부 검역관이 수출 작업장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하는지 감시하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민간 업자들의 자율규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위반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은 우리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미국의 부담을 덜면서도 실질적으로 EV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아닌 미국 민간 육류수출업계가 스스로, 자신들이 마련한 '30개월 미만' 조건의 한국 EV 프로그램을 미국 정부에 제출하고, 미국 정부는 실제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방식 등의 대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쇠고기 협상 결과가 일본, 대만 등 다른 수입국과의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측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 협상 타결 시간 걸릴 듯
다행스러운 점은 양측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 해법을 위한 방법을 찾자는데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양측이 상호 만족할만한 해법을 도출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의 원만한 수출입을 위한 방안을 찾자는 큰 틀에는 의견을 같이했고 앞으로 기술적인 해법을 찾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막는 실효적 해법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WTO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묘수풀이' 찾기가 쉽지 않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도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또 추가 협상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좋지 않고 재협상이 거론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이 자동차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의 추가 협상에 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한나라당 쇠고기 대책 방미단의 '방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업체 간 자율 규제를 하고 양국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에 대해 "미 업계 측의 입장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면서 일부 미 의원들이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쇠고기 재협상 거론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치명적(lethal)인 영향을 미칠 것",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지 않으면 미 의회에서 한.미 FTA 표결은 없을 것"이라는 등 미측 정부 인사의 의견이 담겨 있었다.
한편 앞으로 진행될 쇠고기 관련 협상 채널은 지금까지처럼 다층화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필요한 경우 통상장관 회담을 다시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화 등의 물밑 접촉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기술적인 해법을 찾으면 통상장관 회담을 다시 열어 추가 협상을 타결
하는 수준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