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단행된 개각에서 교체 논란에 휩싸였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향후 경제정책 방향은 변화 없이 현재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최중경 차관이 경질되면서 환율정책도 물가안정 중심으로 확실하게 선회했고 여타 정책도 이미 정부가 공표한대로 서민생활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야권의 경질 공세가 남아있고 국제유가도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경제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강 장관의 정책리더십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 환율정책 실패론으로 타격
새 경제팀이 들어서고 여러 정책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비판에 직면한 부분이 바로 환율정책이다.
기획재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 환율이 너무 낮으면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고환율을 유도했고 최근 국제유가가 폭등하기 전까지는 성장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물가안정은 후순위에 밀려 있었다.
야권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정부가 성장률을 의식해 환율 상승을 용인했고 이는 국제유가 급등과 맞물려 국내 물가를 밀어올리는 바람에 경제가 정도 이상으로 꼬이게 됐다고 지적한다.
재정부에서는 당시의 환율이 참여정부 5년 내내 하락하면서 누가 봐도 수출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당국자로서 이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로 해명하고 있지만 당장 물가급등에 허리가 휘는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또 최근에는 정책기조를 바꾸어 올라가는 환율을 잡아놓느라 외환보유고를 동원하고 이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확산된 점도 정부의 외환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원화약세를 주도해온 최 차관의 경질은 이 같은 여론에 밀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 차관이 애꿋은 희생양이 됐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당시 환율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경상수지를 생각하는 당국자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옹호론이다.
고환율 정책으로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인 여행수지가 대폭 감소했고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환율이 물가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시 상황에서 환율정책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힘들 것"이라면서 "취임 4개월만에 장관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차관을 교체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고유가로 경제전망 '회색'
강 장관이 유임됐지만 경제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내수 부진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동기의 낮은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5.8% 성장했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1%대 중.후반을 나타냈던 전기비 성장 속도는 0.8%로 큰 폭 둔화됐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가 확대돼 지난 6월에는 외환위기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으로 5.5%로 급등했다. 고유가에 따른 구매력 손실로 국내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원화 환율 상승 등으로 해외소비도 큰 폭 감소해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대비 3.4%,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는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미쳐 올해 1∼5월중 경상수지는 당초 예상보다 확대된 71억7천만달러 적자를 시현하면서 연간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은 3월에 제시했던 6% 안팎에서 4% 후반으로, 소비자물가는 3.3% 내외에서 4.5% 내외로, 경상수지 적자는 70억달러 내외에서 100억달러 내외로 대폭 조정했다.
◇ 물가 최우선..환율정책 수정
경제정책 수장인 강 장관이 유임됐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 정책은 방향 수정없이 당분간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일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물가와 민생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겠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폭등하는 물가를 관리하면서 성장률 추락을 막아 스태그플레이션을 차단함으로써 서민 경제를 추스르겠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데 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하반기 정책기조는 물가와 민생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분명히했다.
최 차관의 교체를 불러온 환율 정책도 이미 궤도를 수정했다. 물가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어서라도 원화값 강세를 유도하기로 했다.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정부는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임을 여러차례 밝혔다"면서 "물가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외환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에게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나 학계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 조정권 강화, 경제부총리제 부활 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차관 교체 소식은 아쉽지만 장관이 유임됐다는 것은 그만큼 강 장관이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에 적임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번 개각을 쇄신의 계기로 삼아 정부는 물가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