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에 대해 무죄 및 면소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민병훈 부장판사가 애초 이 전 회장에 대한 기소가 잘못됐음을 언급했다.
민 부장판사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 전 회장에게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애초 기소가 잘못된 것"이라며 '면죄부를 준 것은 국세청과 검찰'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실권했을 때) 에버랜드 법인주주의 배임 혐의 적용은 가능할 수 있고 에버랜드 경영진인 허태학ㆍ박노빈 씨가 법인주주 경영진 배임의 방조범은 될 수도 있겠지만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 같은 의견을 덧붙였다.
에버랜드 법인주주의 배임에 대한 공소시효는 2006년 이미 끝나 특검은 이미 이 전 회장을 법인주주 경영진에 대한 배임의 공범으로 기소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애초 검찰이 허ㆍ박 씨를 기소했을 때 법인주주 경영진과 이 전 회장 등을 배임 및 공범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어야 민 부장판사의 판결 근거에 따르면 유죄 성립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민 부장판사는 에버랜드 주식 가치의 적정가에 대해서는 "공판 초기에 주당 23만원이라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이 있으면 내놓으라고 했었고, 구축물 가치 등을 고려하면 12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의 면소 근거가 된 적정가 논란에 대해서는 "변론종결을 연기하고 회계법인에 감정을 의뢰하는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재판부가 직권탐지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고 판결 주문이 노출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면서 "항소심에서는 감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손해액 계산이 안된다고 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의 적용을 받는) 업무상 배임을 적용해 면소 판결하면 또 논란이 될 수 있어서 손해액을 계산했고 다른 방식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서 유죄 판결문을 써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시 삼성SDS 경영진이 받아본 자료 등을 토대로 경영진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해 손해액을 산정했다"고 민 부장판사는 덧붙였다.
민 부장판사는 이어 "이 전 회장에게 죄형법정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면 누구도 죄형법정주의를 적용받을 수 없다"며 법 적용의 보편성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