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우지 않는 담배를 빌려서 피우기도 했고…, 원고(박영태 세무사) 승소를 선언한 순간 나도 모르게 한국세무사회원 만세를 외쳤다.’
대법원 최종판결이 있을 당시 직접 대법원에 참석해 재판결과를 지켜봤던 채수인 윤리위원장(사진)이 지난 서울행정법원에서의 2심 공판이 있은 후 세무사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당시의 소회를 담은 글을 적은 내용 중 일부이다.
직접 참석하지 않았어도 그 당시의 심경이 어떠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 10일 세무사징계위원회의 과태료처분에 대한 ‘과태료부과처분취소’ 소송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 있던 날.
그날도 역시 채 위원장은 묵묵히 법정에 나와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무사신문에서는 대법원 승소판결까지 함께 한 채수인 윤리위원장을 만나 당시의 상황과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의 합리적 개정방향은 무엇이며, 향후 윤리위원회의 활동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판결 당일 법정에 직접 참석하셨다는데 당시 분위기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먼저 이번 대법원판결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으시고 후원해주신 조용근 회장님과 전임 임향순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특별히 현장분위기를 설명할 내용은 없지만 이번사건의 대법원 선고가 7월10일 오전10시 대법원 대법정1호실에서 예정돼있었다. 선고 개시 30분전에 도착하였다. 선고 건수가 상당히 많은 듯 많은 관계인들이 참석하여 북새통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인사들의 면면은 보이지 않았다 선고는 형사·민사·행정사건 등으로 분류하여 4명의 대법관들이 돌아가면서 사건 하나하나를 선고하였다.
정의가 살아 있다면 틀림없이 원고 측인 우리가 승소할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감은 극에 달하였다.
정확히 10시 41분. 사건번호 2007두17823번을 소개한 주심대법관 양승태 재판장의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라는 선고가 떨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하여 탈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재판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후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기도 했다.
▲‘세무사의 수입금액누락·비용과다계상에 따른 징계는 위법’이라는 이번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주는 의의는?
우선 피고 측 이해관계자(기획재정부·국세청)의 사고방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싶다.
세제와 세정의 동반자 관계에 있는 세무대리인들을 관련 공무원들이 법원의 최종 판결에서도 위법하다고 판결한 세무사 자신의 수입금액누락 및 비용과다계상을 직무범위에 포함하여 적법한 징계사유로 유권해석 하여 징계양정규정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이를 근간으로 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회원들이 같은 사유로 인해 세무사 간판을 내리는 직무정지를 비롯한 등록취소 등의 징계를 받아 왔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가해자인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는 피해자인 세무대리인에게 어떤식으로든지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 놓아야 한다.
▲이번 판결로 법적으로는 자유로워졌지만, 국민을 상대하는 전문자격사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관의 확립이 요구되는데...
전문자격사는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면 그 자격사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일본의 세무대리인(세리사) 64,000여 명 중, 일 년에 징계건수가 2∼3건에 불과하고, 가장 선진화되어 있는 독일의 경우도 세무대리인 80,000여 명 중 극히 극소수인 일년에 2∼3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무대리인들의 위법 부당한 모든 행위에 대하여는 국민의 심판에 맡겨지고 있으며 중대한 사한들은 사법부에서 직접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국민들에게 직접 평가를 받게 하고, 그로 인해 내부적으로 더욱 강력한 직업윤리관이 정립돼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윤리위원회의 운영방향도 크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래 윤리위원회는 세무사법 제12조의 성실의무의 범위를 세무대리 행위(직무)에 국한되는 것으로 징계의 범위를 확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영방향이 바뀔 하등의 이유가 없다.
같은 사안(수입금액누락 및 비용과다계상)을 갖고서 기획재정부의 세무사징계위원회에서는 징계대상으로 확정, 중징계 등을 단행해 왔음에 비해 우리 세무사회의 윤리위원회에서는 징계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해 무혐의 처리해 왔다.
이로 인해 세무사회 자체 내에서조차 재정부와 거꾸로 가는 징계조치에 대하여 윤리위원장에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천근만근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또한 같은 세무대리업을 하고 있는 공인회계사회조차도 세무사회의 윤리위원회와는 정반대로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웠다.
이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났으니 마음의 부담감을 훌훌 털고 소신껏 외부로부터 부당한 우리 회원들의 징계에 대하여 대처해 나갈 것이다.
▲윤리위원회의 수장으로서 평소 회원의 ‘권익옹호’를 위해 세무사징계권의 이관 등 독자성을 주장해오셨는데...
당연히 전면적인 세무사 징계권을 세무사회에 이관해 달라고 건의하고 싶다.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면 공인회계사회처럼 징계권 일부를 위탁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세무대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 부당한 사안에 대하여 재정부와 국세청, 세무사회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전제조건이 국민에게 신뢰 받는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과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정말로 마음을 털어 놓고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징계권 이관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향후 세무사징계양정 규정의 개정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법원의 판결에 상충되지 않도록 개정돼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의 세무사 징계사례(독일, 일본 등)도 참고하면서 전반적인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타 자격사의 징계제도 또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윤리위원장으로서 회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우리 세무사는 전문자격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사랑받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설자리를 잃고 공멸하고 만다.
징계에 관한 제 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우리 스스로 판단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세무대리 행위는 일체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회원들은 이번 판결을 마음에 담아 한층 더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세무사신문 제488호 (2008.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