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방향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놓고 정부의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원안론'과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수정론'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또 수정론의 경우도 당정 협의 과정에서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과 국회 협의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의 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게 원안론, 충분한 완충 장치를 둠으로써 중도 보수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게 수정론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25일 의원총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당론을 채택하지 못하고 권고적 당론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희태 대표는 오후 늦게 여의도 당사에서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긴급 회동을 갖고 종부세와 관련해 엇박자를 내고 있는 듯한 당내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내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6억원, 9억원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일단 의원총회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 원안대로 가야" = 박희태 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원안론을 주도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24일 "우리가 종부세 개편을 못하고 좌절한다면 신뢰를 상실한다"고 말한 점은 '정부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임 정책위의장은 한걸음 나아가 기자간담회에서 "(과세 기준의) 하향 조정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과세기준 9억원을 골자로 한 '원안론'의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당초 9억원을 과세 기준으로 했었다는 점, 거래세(양도소득세)의 과세 기준이 9억원인 반면 보유세의 기준은 6억원으로 괴리가 있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또 전체 종부세 납부 대상자 가운데 34.8%가 4천만원 미만의 연소득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연소득의 절반 가까운 46% 가량을 종부세로 납부하고 있으므로 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원안론자들은 최소한 국회 상정까지는 정부 원안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 논의나 11월께로 예상되는 세대별 합산 부과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 등을 감안해 일부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원안론자들의 입장은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각인시킨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 '정부 원안 고수', '과세기준 9억원 상향' 입장은 국회에서의 협상을 앞둔 전략적 강수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정부안 수정돼야" =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수정론의 핵심은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선봉에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서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고경아카데미 초청 특강에서 "서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종부세 조정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또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과세기준 6억원을 유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세제 완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며 "당의 의견을 모아 원내대표단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정부 원안대로 가되 국회 논의과정에서의 미세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원안론과는 분명히 뉘앙스를 달리한다.
종부세가 궁극적으로 폐지되는 것은 맞지만 '급격한 완화'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회 심의과정에서 야당과의 절충을 통한 수정도 있을 수 있지만, 당이 중산층을 끌어안고 서민을 보듬는 정책 전환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며, 야당의 반발에 밀려 입법안을 수정할 경우 정국 주도권도 잃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정국에서 볼 수 있듯 정무적 판단을 결여한 정책 결정 자체가 지지층의 이탈은 물론 정권 자체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기도 하다.
당 내부에서는 비단 과세 기준에 대한 미세조정 외에도 세율, 과표구간 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