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연수원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가슴이 설렘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집을 나올 때 배웅하는 아내의 흐뭇해하는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몇 년 간의 긴 수험생활 끝에 이제 다시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있구나 하는 상념도 지나갔습니다.
세무사회 강당에는 이미 여러 동기들이 모여 있었고, 시험 합격자발표 후 백수(?)시절에 몇 번의 모임에서 보았던 반가운 얼굴도 있었습니다. 잠시 후 개강식과 함께 1월과 6월의 기본 교육, 2월부터 5월까지의 특별 지도 교육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실무 수습 교육은 시작되었습니다. 林香淳 회장님의 특강과 세무사 제도, 세무사업, 세무사 사무소 경영실무 등의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합격 발표 후 근 3개월 동안 열심히 놀았던 습관에서인지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법인세, 종합소득세, 부가세 등의 신고 실무교육이 계속되었으며 국세불복심사청구, 기장실무, 국제조세 등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선배 세무사님의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한달 간의 기본교육은 평가 시험을 끝으로 종료되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실무수습지로 갔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일선 세무서에도 수습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법인으로, 개인사무소로, 일선세무서로 헤어졌습니다. 저는 논현동에 있는 한양수 세무회계사무소로 갔습니다. 세무사님이 실무수습을 받을 때는 세무사라는 생각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 배운다는 각오로 시작하라고 하였습니다.
몇 개의 대표적인 업종을 중심으로 거래처를 받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를 해 보면 이제까지 공부하였던 지식이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아예 나는 직원들과 같이 일해보리라는 마음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은 없었고, 회계프로그램 교육 시에는 아예 같이 교육받으러 다녔습니다.
3월의 법인세신고를 하면서는 사무실이 바빠지는 것이었습니다. 몇 개 업체는 직접 신고서를 작성하고, 작성된 업체를 검토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법인세신고 시 느낀 점은 실무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판단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데, 이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깊이 있는 공부와 업체에 대한 특성을 깊이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업체에 대한 기장자료 수수에 대한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신속한 신고가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법인세 신고가 끝나자 따뜻한 봄이 되었습니다. 4월의 부가세신고가 지나고, 5월의 종합소득세신고 철이 다가오자 다시 바빠졌습니다. 직원들은 계속적인 야근을 하였고, 나는 체력이 안 된다는 핑계로 가끔씩만 참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능한 세무사가 되려면 체력도 좋아야겠구나 하는 진리를 깨닫고 조기 축구회에도 가입하여 운동도 하였습니다. 최종적인 세무사님의 검토를 마친 서류를 여직원이 우체국에 발송하러 가는 것을 호위하러 가는 것으로 세무사 사무소에서의 교육은 마감했습니다.
이제 유월, 전국에서 흩어져 교육받던 동기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제는 처음 모였을 때와는 이야기 주제가 많이 달라져 있었고 성숙된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두 현장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나이가 많은 탓에 어디서 오라는 곳도 없어서, 을지로에서 조그만 사무소를 개업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 현장에서 수많은 문제에 봉착해 현명한 판단이 요구 될 때, 이제까지 교육받았던 지식이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동안 이렇게 가르쳐 주시고 돌봐주신 세무사회 회장님과 여러 선배 세무사님 ,세무사회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여기 제가 좋아하는 사무엘 울만의 시 한 구절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理想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제 345호 (2002.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