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나 항문, 혹은 꼬리뼈 등이 아래로 빠지듯이 아프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은 어떤 통증인가 짐작하기 힘들겠지만 환자 본인에겐 당혹스러운 통증입니다. 마치 허리 아래쪽으로 기운이 하나도 없으면서, 배변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꼬리뼈나 항문 등에 무거운 추를 달고 다니는 느낌을 받아 걸음걸이마저 부자연스럽고 불안해집니다. 이런 증상을 하함통(下陷痛)이라 합니다.
한의학에선 여성의 생식기로 출혈이 일어나는 붕루(崩漏), 항문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치루(痔漏), 탈항(脫肛), 태아가 일찍 나오는 태루(胎漏) 등에서 이런 하함통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허리가 약하다거나, 체력이 허약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과로를 했다거나, 배꼽아래가 차다거나, 소화기의 움직이는 힘이 약하다거나, 생식기나 하복부에 염증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납니다.
동의보감에는 "아래로 빠지는 것은 기운이 처지는 것이다.(脫肛者氣下陷也)”라고 하여 하함통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기(中氣)의 힘이 부족하여 끌어 올려주는 힘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중기(中氣)란 소화기인 비장(脾臟)과 위장(胃腸), 간장(肝臟)과 담(膽)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는 우리 몸에서 식사를 통해 얻어진 영양분과 기운을 몸의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 소화기는 우리 몸의 영양을 흡수하여 공급하는 것은 물론 몸의 위아래를 서로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소화기의 힘이 떨어지면 아래로 쳐지는 것을 끌어올려주지 못하고, 몸 위로 오르는 열을 끌어내리지 못하므로 위쪽으로는 항상 화끈거리나, 허리 아래로는 차갑고 시리면서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치료는 소화기의 힘을 길러 중기(中氣)를 보태주고 기운을 올려주는데 중점을 둡니다. 또 신경을 많이 끓이거나 몸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차적으로 허리가 약하거나, 몸의 아래쪽이 차거나, 음기(陰氣)가 부족하다거나, 염증이 있는 각각의 증상이 있으므로 그에 따라 각각의 치료를 병행합니다. 증상에 따라 약물요법 외에도 침구(鍼灸), 약침(藥鍼), 첩대(貼帶)요법을 함께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소화기의 힘을 떨어뜨리는 일을 삼가야 합니다. 규칙적이고 일정한 식사와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합니다. 물론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배와 몸 아래쪽을 항상 따뜻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윗몸 일으키기처럼 복근을 단련시켜 소화기의 움직임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숨을 들이 마시면서 항문을 쭉 끌어올린 상태에서 몇 초간 숨을 참고 있는 것은 하함통 뿐 아니라 정력을 유지하는데 좋은 운동입니다.
- 현대한의원 원장(02-822-5111)
- (주)민족의학신문사 회장
- 한국민족문화협의회 수석부회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제 345호 (2002.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