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을 6억원으로 유지키로 방향을 잡고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인 세율 인하폭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책 혼선에 따른 납세자의 불만이 팽배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난 9월말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세대별 합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크게 휘청이면서 반사적 불이익을 받는 납세자들을 양산하게 된 셈이다. 세금폭탄을 줄이겠다던 종부세 개편안이 헌재 판결과 민주당의 반발로 뼈대가 흔들릴 형편에 처한 셈이다.
◇ 도로 6억원..22만6천세대 뿔났다
정부가 애초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은 주택분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올리고 과세표준을 4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세율을 1~3%에서 0.5~1%로 낮추는 게 골자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수뇌부들이 과세표준 9억원 상향조정안을 백지화하기로 잠정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헌재의 결정과 민주당의 대대적인 공세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 결정으로 혜택받는 납세자들이 늘어나면서 당장 2006~2007년 환급액이 6천억원이 넘고 올해분도 5천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혜택의 폭이 늘어난 만큼 과세표준을 조정해 균형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인별 합산과세가 되므로 과세기준금액이 현재 6억원에서 최소한 12억원으로 상향조정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민주당의 문제제기였다. 이에 따라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6억원 유지 요구안을 수용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9억원으로 인상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종부세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별 합산 전환으로 혜택을 받는 납세자들은 종부세 납세자들 중에서도 다주택을 보유한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6억~9억원 구간에는 아무래도 중산층이 많다는 점도 불만을 촉발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 올해 기준으로 6억~9억원 구간에는 서울 13만4천세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2만6천세대나 되며 이는 전체 종부세 과세 대상 인원의 58.3%나 된다.
◇ 장기보유 3년→8년..희비 엇갈려
한나라당은 또 헌재가 일률적 과세를 철회하도록 판시한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대체입법과 관련, '장기보유'의 기준을 애초 3년으로 잡았다가 8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3년은 너무 짧다는 목소리가 나온데다 민주당은 최소 10년 이상은 돼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유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헌재의 세대별 합산 결정으로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해 절세를 검토했던 납세자들의 경우 엄청난 취득세 및 등록세 비용 때문에 엄두도 못내게 되면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 세율마저 건드리면..개편안 누더기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부가 개편안을 통해 확 깎은 세율마저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 민주당이 현행 세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과표구간 및 세율은 현재 '3억-14억-94억원이하-94억원초과' 등 4개 구간에 걸쳐 각각 1-1.5-2-3%지만 정부 개편안은 '6억-12억원이하-12억원초과' 등 3개 구간에 0.5-0.75-1%로 바꾸는 것으로 돼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세율이 유지되고, 1주택 장기보유 특례의 기준이 8년이 될 경우 종부세 과세대상 중 상당수로 예상되는 8년 미만의 1주택 납세자들은 이번 개편안을 통해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한나라당은 세율인하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인하폭을 줄이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종부세 세율과 관련 "정부가 제시한 세율 인하안 0.5∼1%가 너무 낮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만큼 현행 세율(1∼3%)과 정부의 인하안 사이에서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하폭이 적으면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은 용두사미가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종부세 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지금보다 70~80%의 세부담 경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지만, 과세기준 유지에 이어 세율 인하폭마저 줄어들 경우 실제 경감효과는 1주택 단독명의가 아니라 다주택 공동명의 보유자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