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특위의 계수조정소위(위원장 이한구)가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 새해 예산안에 대한 '칼질'을 시작한다.
정부가 11월 초 제출한 283조8천억원의 내년도 수정예산안의 운명은 예결특위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계수조정소위에서 판가름난다.
정식명칭이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소위'인 계수조정소위가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법에 '예결위는 소관상임위의 예비심사를 존중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각 상임위의 예산심사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계수조정소위는 상임위별로 취합한 예비심사를 비롯해 정부 원안, 예결위의 종합질의 및 부별심사 결과, 수석전문위원의 검토 의견 등을 토대로 사업항목별로 증액 및 감액 수치를 구체적으로 조정한다.
국회 운영에서 상임위 중심의 원칙에 따라 계수조정소위가 수정한 예산안은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해에도 계수조정소위를 거치면서 올해 예산안이 정부 원안보다 1조1천482억원이 삭감된 257조3천203억원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때문에 계수조정 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자기 지역의 민원을 챙긴다는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계수조정소위가 예산심의를 시작하면 회의장 주변에는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이익단체 관계자들로 붐비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또 의원들은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을 부탁하려고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을 자주 찾게 된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의원이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확정된 뒤 사업을 설명하려고 찾아오는 공무원들이 훨씬 많아졌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예산이 빡빡하게 편성될 만큼 '민원성 예산 논란'은 적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올해 계수조정소위 위원 13명의 선정에는 형평성 시비가 없도록 전문성, 지역, 상임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우선 예결위원장이 계수조정소위 위원장을 관례적으로 맡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논리적으로 대변할 재정 및 행정 전문가들을 계수조정소위에 배치한다.
한나라당은 경남행정부지사 출신으로 17대 때 예결위에서 활동한 권경석 의원과 재경부 차관을 지낸 김광림 의원을 투입했고, 민주당은 중국경제전문가로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우제창 의원과 행정경험이 풍부한 오제세, 조영택 의원 등으로 맞선다.
비례대표(한나라당 이정현, 친박연대 노철래)를 제외한 의원들의 지역구를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도가 2명씩이고 부산, 대구, 광주, 경남, 경북, 충남, 충북이 각각 한명으로 다양하다.
위원들이 겸직하는 상임위도 정무위, 기획재정위, 농림수산식품위, 문방위, 지식경제위, 법사위, 행정안전위 등 골고루 분포돼 있다.
한나라당측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예결위원들이 대부분 계수조정소위를 희망해 위원 선정에 애를 먹었다"며 "지역구 의원들이 자기 지역을 챙기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필요한 예산지원을 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