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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907]
[국세청기자실] 종합부동산세와 과유불급(過猶不及)

서 욱 진

한국경제기자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세금내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국가가 세금으로 치안유지 등 여러가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세금은 적게 낼수록 좋은 것이다.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들 때는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세테크’란 말까지 버젓이 사용되고 있겠는가.


그런데 한국에는 세금내는 것도 억울한데 ‘부동산 투기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까지 함께 찍어주는 세금이 있었으니 바로 종합부동산세였다. 국민들을 ‘살살’ 달래서 세금을 거두어야할 정부는 ‘어디 맛 좀 봐라’는 식의 감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며 종부세 고지서를 날렸다.


마침 필자는 종부세 논란이 한창일 때 건설 및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건설부동산부 기자로 3년간 근무했다. 종부세의 탄생에서부터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법개정 논의 등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과정까지를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종부세는 도입 논의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시작됐다. 정권출범 초기 집값이 급등하자 이정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를 대폭 높이는 계획이 추진됐고, 그해 9월 ‘10·29대책’에서 종부세 도입 방침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지자체 반발 등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지만 종부세 법안은 2004년말 국회를 통과했다. 2005년도 종부세 납세 대상자가 3만5000명에 불과해 이 때까지 그리 큰 논란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집값이 잡힐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자 초조함을 느낀 참여정부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과세 방식을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바꾸는 2005년 ‘8·31 대책’을 전격 발표한다. 집값을 잡지 못 하면 참여정부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 속에 당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처럼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초강수를 선택한 것.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 등에서는 이 대책을 ‘폭탄’이라고 표현할만큼 큰 충격에 휩싸였다. 과연 세대별 합산 등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당시 어느 직장을 막론하고 회식이라도 있는 자리면 어김없이 종부세가 화제로 등장했다.


소폭(소주+맥주)이라도 얼큰하게 몇 잔 돌면 종부세를 놓고 원색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값 올랐다고 하지만 내 봉급(현금흐름)은 그대로다” “시장 논리를 무시한 각종 규제로 집값을 끌어올려놓고 이제와서 ‘세금 폭탄’을 맞으라는 얘기냐” 등의 종부세 비판론에 “집값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억’ 소리나게 올랐는데 그 게 아깝냐” “폭탄은 무슨 폭탄이냐. 강남 아줌마들 명품옷 입고 나와 종부세 못내겠다고 하는 거 못봐주겠다” 등 종부세 옹호론이 거칠게 맞붙었다.


집값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참여정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토론 역시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열띤 토론에도 어떤 결론이 나는 일은 드물었다. 회식이 끝나고 강북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네가 강남 사니까 종부세가 문제라고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강남 집으로 가는 사람은 ‘결국 집값 오른 게 배아프다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종부세를 내는 사람과 안 내는 사람으로 양분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맞선 자리는 물론 대학생 미팅에서도 상대방이 어디 사는 지가 우선적인 관심 대상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헌법재판소는 최근 종부세를 둘러싼 그 열띤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주었다. 물론 학문적인 관점에서의 논란은 계속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현실적인 정답을 알려준 것이다.


그 답은 오랜 논쟁이 허무하게 느껴질만큼 간단했다. 한마디로 ‘종부세라는 세금 자체의 성격은 문제가 없지만 세대별 합산과 단독명의 1가구1주택자에 대한 차별없는 과세는 문제가 있다’는 것.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대적인 환급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헌재는 종부세의 존립 근거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만약 참여정부가 ‘8·31대책’에서 그렇게 무리하게 세대별 합산 등 종부세 요건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종부세는 적절한 기능을 가진 세금으로 영속성을 가지게 됐을지도 모른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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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497호(200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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