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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한겨레신문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당선자 진영의 경제 참모들을 보면 유독 조세 전문가가 많다. 오바마노믹스의 설계자라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는 공공정책과 조세정책에 정통한 경제학자다. 제프리 리브만 하버드대 교수는 예산·세제·사회안전망을 주로 연구하는 공공경제학의 권위자다. UC 버클리대 교수인 데이비드 로머, 크리스티나 로머 부부도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감세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온 경제학자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 조세정책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오바마의 조세정책은 부시 정부의 정책과는 크게 다르다.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과 소기업들에 대한 자본이득세 폐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감면, 의료보험 경비 지출에 대한 세액공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정책을 ‘감세'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중산층과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서는 감세를 하지만 부유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더 올릴 계획이다. 연소득 25만달러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세금감면 혜택을, 그 이상은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연소득 160만달러인 경우 소득세율이 21%에서 24%로 올라가게 된다. 나아가 조세회피지역을 통해 세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조세회피지역을 통해 빼돌려지는 세금 규모는 연간 1천억달러(130∼140조원)에 이른다.
쉽게 말해서 중산층 세금을 줄이는 대신 부유층 세금을 더 걷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보다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혜택을 줘 건전한 중산층을 복원해내자는 계획이다. 중산층의 구매력이 향상되면 내수가 살아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는 계산이다.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서민과 중산층의 복원은 시급한 당면 과제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사회적 양극화가 진행돼왔기 때문에 중산층의 몰락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극심한 고용 부진, 자영업자의 몰락, 중소기업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외환위기 못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영세 기업들의 경영난이다. 이들의 고용 인력은 1100만명에 이른다. 나무의 잔뿌리처럼 우리 경제를 굳건히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를 키워 침체한 경제를 일으켜세우는 관건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현행 13%(과표 1억원 이하)와 25%(1억원 초과)인 법인세율 체계를 10%(2억원 이하)와 20%(2억원 초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개발(R&D)에 따른 세액공제 등으로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15∼20%에 그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표 2억∼10억원의 중간 규모의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차라리 과표 10억원 이하 기업들의 법인세를 대폭 깎아주고 대기업들의 세율은 그대로 두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하다. 10%(10억원 이하), 25%(10억원 초과) 형태로 가게 되면 당장 수십만개 중소기업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들에게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오바마의 조세 관련 공약은 매우 구체적이다. 또 어려운 계층일수록 많은 혜택을 받도록 짜여져 있다. 두자녀(대학생 한명 포함)를 가진 연소득 7만5천달러의 결혼한 부부는 연 3700달러, 연소득 9만달러의 결혼한 부부는 1천달러, 두자녀를 가진 연소득 4만달러의 편부모는 2100달러씩 세금이 줄어든다.
국회에서는 지금도 법인세 등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논란이 뜨겁게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감세 법안들이 구체적으로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주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감세는 추상적인 논란이나 여야의 힘대결 차원에서 풀어갈 문제가 아니다. 누구에게 얼마나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놓고 엄밀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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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496호(200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