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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주만 기자 |
2000년 러시아에서는 유례없는 실험이 진행됐다. 텔레비전이 없는 세상!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TV 송전탑에 불이나면서 방송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사람마다 반응은 다양했다. 비디오 가게가 때 아닌 호황을 누렸고, 파라볼라 위성 안테나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판매상이 수지를 맞았다.
의사들은 TV없는 세상이 국민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여성과 노인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출산율이 2%는 증가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유례없는 실험에서 어떤 유의미한 실험결과가 나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08년 한국에서는 지금 ‘환급’이라는 이름으로 최소한 세금과 관련한 유례없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에게 받기만 하던 정부가 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종부세 환급 20만명 6천억원, 유가환급금제 1700만명 3조4천억원, 유류세환급 190만대(명) 2천억원, 재산세 1400만명 최대 1조원.
대상자가 연 3천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실험인 셈이다.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그와 반비례하게 새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고민없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보니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했다.
의사와 변호사 같은 고소득자들이 유가환급금을 받아 가는가 하면, 국회의원 몇명도 환급대상이 됐다. 반면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되는 영세노점상이나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장애인 도우미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근로자들이 해당 회사에서 소득신고를 누락하면서 유가환급을 받지 못했고, 반대로 건설사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일용근로자들의 명단을 확보해 마구잡이로 인건비를 처리하는 건설사들의 오래된 관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종부세 대상자가 1인당 평균 300만원을 환급받고, 유가환급 대상자는 1인당 평균 19만원을 받는 이번 환급을 두고 강남 부자들을 위한 환급 정책에 서민들이 들러리를 섰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19개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감세관련 법안 63개가 국회에 제출됐다고 하니, 이래저래 세금과 관련한 실험은 내년까지 계속될 모양이다.
하지만 당장 내주머니에 단돈 몇만원이 아쉬운 요즘 환급이나 세금 감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좋다. 와닿지도 않는 나라의 예산보다 당장 내 주머니를 먼저 살피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정부도 이런 국민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다만 이런 세금과 관련한 법률과 정책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사이를 더 벌려 놓아 다시는 회복이 되지 않게 하거나, 함께 사는 세상을 결딴 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최소한 5년은 유지할 세금 문제는 러시아에서 일어난 TV 몇일 안보는 실험과는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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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498호(200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