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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864]
[국세청기자실]할머니와 EITC…, 그리고 ‘관심’

           송 선 옥
     머니투데이 기자

 

얼마전 잇단 송년회로 지친 피로도 풀 겸 밤늦게 목욕탕에 갈 일이 생겼다. 시장통을 지나는데 한 과일과게 노점에서 개 한마리가 자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겨울 바람이 차던 밤이었는데 개 한마리를 저렇게 버려두고 간 개 주인이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 뒤쯤 집으로 돌아오는 데 그 과일과게 노점에서 그만 딱 멈출 일이 생겼다. 커다란 파라솔 아래 과일과게 노점에서 개뿐만이 아니라 할머니 한분도 주무시고 계신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개는 할머니의 밤을 지켜줄 든든한 밤동지 같은 존재였던 것. 비닐로 노점을 빙빙 둘러싸기는 했지만 12월의 밤에 밖에서 자는 것이 춥지 않을 리 없다.


그날 밤 솔직히 잠을 못 이뤘다. 내 고민이 아닌 다른 사람 생각에 잠을 못 이룬 건 처음이었다. 왜 그 할머니는 그렇게 밖에서 주무셔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월급에서 조금 떼내 기부를 하고 있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에서 자고 편안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내가 한없이 죄인인 기분마저 들었다. 그 앞을 지날 때 물건 하나 사 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께서 장사를 하고는 계시지만 이런 혜택을 보시고 계신지는 모르겠다. 세상에 그 할머니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손으로 일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신 분이 그렇게 밖에서 노숙자 아닌 노숙자 신분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정부는 근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을 위해 내년부터 근로장려세제(ETIC)를 실시한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환급형 세액공제 제도로 올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내년 5월에 신청을 받아 같은 해 9월에 근로장려금을 처음으로 지급한다.


EITC는 일정소득 이하의 근로자에게 원천징수한 세금을 돌려주므로 연말정산과 비슷하나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공제액과의 차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저소득 근로자에 실질적인 소득을 지원해 극빈층으로의 추락을 예방하고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저소득층의 소득을 파악해 국민연금제, 기초생활보장제, 경로연금제 등 각종 사회복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EITC는 2006년 도입된 제도로 올 소득을 근거로 내년부터 장려금이 첫 지급된다. 특히 지난 12일 국회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 근로장려금의 수급요건을 대폭 확대했다.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려면 △부부합산 소득이 1700만원 미만 △18세 미만 자녀 1인이상  부양 △무주택자거나 5000만원 이하 소규모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세대 △또 소규모 주택을 포함한 재산 합계액이 1억원 미만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부양자녀는 친자녀가 원칙이지만 입양한 양자, 사실상 입양상태에 있는 자와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장애 등으로 자녀를 부양할 수 없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손자녀, 형제자매에 한해 부양자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이혼 등의 경우에는 부모 한쪽의 부양자녀만 가능하다.


근로장려금은 연간 최대 120만원까지 지급된다. 근로소득이 연 800만원 미만이면 소득금액이 커질수록 120만원을 지급받고, 연간 근로소득이 800만원∼1200만원미만이면 일률적으로 120만원을 받는다. 1200만원∼17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연봉이 늘어날수록 120만원에서 점차 근로장려금이 줄어든다.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자 전원에게 내년 5월전에 개별적인 신청 안내를 실시할 예정이다.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려면 ‘일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급여 수령통장 사본,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의 증거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또 사업자가 4대보험 부담 등을 우려해 근로자에게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한다든가 지급명세서 제출없이 폐업할 경우를 대비해 이들 증거자료 등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실 할머니는 적어도 18세 미만 자녀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EITC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가가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세금'을 이용해 ‘근로'를 한 사람에게 이 같은 제도를 마련한 것은 환영한 만한 일이다.


물론 올 유가환급금 등 각종 환급에서 보듯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사람이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받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상심하거다 비난할 필요는 없다. 완벽한 제도란 처음부터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마라톤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42.195km를 이루듯 작은 시작은 우리 사회를 더욱 밝혀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향한 ‘관심'일 테지만.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499호 (2009.1.2)

 [조회: 2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