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설치된 세탁기 등 붙박이 제품은 건물의 일부로 볼 수 있으므로 집값에 포함시켜 취득세 등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향후 관련 조세 징수 방식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행정안전부는 수년 전부터 법제처 자문을 바탕으로 빌트인으로 설치된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의 값을 제외한 분양가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아파트 등 주택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걷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지도해왔는데 법원이 이번에 다른 취지의 판단을 내린 것이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2004년 동대문구에 13층 짜리 오피스텔을 지은 이모 씨는 29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고 구청에 신고한 뒤 이 공사비를 기초로 계산한 취득세와 등록세를 자진 납부했다.
90개에 이르는 이 씨 오피스텔의 모든 방에는 세탁기와 붙박이 가구 등이 '빌트인'으로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2년 뒤 오피스텔을 지은 건설사가 세무조사를 당하는 바람에 구청은 이 씨 건물의 실제 공사비가 신고액보다 12억원 더 많은 41억원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구청은 2006년 41억원의 과세표준을 다시 적용해 덜 낸 취득세 2천350만원과 등록세 940만원 등 3천290만원을 추가로 내라고 이 씨에게 알렸지만 이 씨는 세금을 못 내겠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14부는 "건축비로 41억원을 쓴 점은 인정되지만 오피스텔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가구 등이 구비된 상태에서 분양됐고 이는 분양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고 건물에 딸리지 않은 것이 명백해 건물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씨가 건축비를 줄여 신고해 세금을 적게 낸 것은 사실이지만 구청이 세탁기 등 빌트인 방식으로 설치된 가전과 가구 등의 값은 제하고 건축비를 따로 따져 취득세와 등록세를 매겨야 한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와 구청이 낸 자료로만 봐서는 정확한 세금 재산정이 어렵다며 구청이 추가 부과한 세금 3천290만원을 전액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붙박이 가전을 건물값에 포함해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에 대해 1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1부는 최근 이 씨가 구청이 추가로 부과한 세금의 대부분인 3천60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에 따라 시공사가 품질 고급화 추세에 맞춰 시공 단계부터 생활에 필수적인 가전을 싱크대에 내장시키는 등 방법으로 배치하고 있고 이 사건의 세탁기, 가구를 건물에서 분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세탁기와 가구 등은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기능을 하게 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이어서 그 값과 설치비용을 건물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냉장고와 에어컨의 경우 오피스텔에 미리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탈부착과 이동이 가능해 오피스텔의 부수 시설이라고 할 수 없어 과세표준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