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원장 출신의 변호사가 사기혐의로 수배를 당하자 도주했다가 100여일 만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만평 가량의 토지에 대한 매각절차를 위임받은 것처럼 속여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1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모 지방법원 지원장 출신 변호사인 A재단법인 법률고문 이모(67)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와 짜고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같은 재단 유모(57)이사와 최모(55.여) 이사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토지 약 2만평(시가 약800억원)을 사들이려던 H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에게 접근해 "우리가 땅 소유주로부터 매각을 위임받았다"고 속인 뒤 사무처리비용 명목으로 현금 5억원 등 1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은 H업체의 고소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지난해 11월 자신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도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가 타인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잠복수사 끝에 이씨를 도주 100여일 만인 지난 20일 붙잡았다.
이씨는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부동산 거래의 법률 자문을 해 달라는 유씨 등의 의뢰에 응했을 뿐 사기인 줄은 몰랐으며, 유씨 등으로부터 받은 2억원도 법률자문 대금"이라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는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은 의뢰인에게 "고위 인사에게 부탁해 세금을 줄여주겠다"며 5억원 이상을 받아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8월에도 사실상 잠적한 바 있다.
이씨는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한달 이상 휴대폰 전원을 꺼놓은 상태에서 3차례의 영장실질심사에도 출석하지 않다가 4번째 구인장 기한이 끝나는 날 자진출석했는데 당시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해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