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의 의의
우리의 세제가 날로 전문화ㆍ복잡화ㆍ세계화로 진전되어 가고 있고, 이에 발맞추어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도 더욱 더 전문화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세무사가 그러한 시대적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실에만 안주한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무엇보다 세무사 자신의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아울러 세무사제도 자체도 이를 조장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직무범위, 시험제도, 세무사의 권리의무, 업무방법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세무법인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자격사제도는 개인의 능력에 기초한 것이다. 일정한 업무능력을 가진 자만이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자격사제도의 취지이다.
그러므로 일정한 자격을 가진 개인만이 원칙적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만이 자격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면 책임문제에서는 큰 장점을 발휘하겠지만, 업무의 조직화나 전문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격사법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무법인도 그러한 취지에서 1978.12. 5 세무사법 개정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세무법인이 법제화된 지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주목을 받은 법인으로는 발전을 하지 못하였다. 개인적인 능력과 사회적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점이 근본적인 이유일 수가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살펴보면 세무사업무의 특성과 세무법인에 관한 제도적인 문제도 한 몫을 하였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세무사업무는 다른 세무사에게 재위임(복대리)을 하거나 분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자칫하면 업무에 비해서 과중한 책임을 부담하기가 쉽상이다. 이에 반하여 변호사의 경우에는 상담 및 소송대리 준비업무와 소송대리 업무로 구분하여 업무를 분담할 수 있고, 공인회계사는 감사업무의 성격상 분담해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무사업무의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업무분담이 그리 쉽지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특성이다.
업무의 특성이 그런데다가, 사원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는 합명회사로 세무법인이 출발하였기 때문에 사원간에 친숙한 사이가 아니면 좀처럼 법인설립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이런 저런 사정이 바로 세무법인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매년 세무사의 시험합격자는 대량으로 배출되고, 여기에 더하여 세무사와 그 직무범위가 겹치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신규배출도 세무사를 훨씬 능가하기 시작했다. 매년 신규로 시험에 합격하는 세무사를 세무사업계가 그대로 모두 수용할 능력은 되지 못한다.
늘 세무사 업계의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또한 WTO 체제 출범과 더불어, 곧 서비스시장마저 개방하여야 할 처지이고 보면 세무사업계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하여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현대 기업경영에 있어서 조세분야를 도외시한 경영은 상상할 수가 없다. 때문에 세무분야의 중요성은 다른 법률이나 회계분야 못지않게 그 중요성이 더해 가고는 있지만, 세무는 세법 외에 다른 분야인 회계, 경영 및 일반 법률과 밀접하게 상호 유기적인 연관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러한 분야에 대한 이해나 관련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점점 더 적절한 업무수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만 산적해 가는 형국이다. 결국 제아무리 능력이 있는 세무사일지라도 단독으로 그 업무를 수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져 가고 있는 추세이다.
세무사가 기장업무에 안주하여 세무법인의 무용론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바로 퇴보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제자리 걸음을 할 때 다른 전문가가 우리를 앞서 나가면 어떻게 그 전문가를 뒤따라 갈 수 있고 경쟁할 수 있는가. 경쟁은 주변의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에 대한 돌파구로서 세무법인의 문제가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세무법인의 문제점
현행 세무법인제도는 합동사무소를 법인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무사의 직무를 조직적으로 행하고 그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서 3인 이상의 세무사로 구성되는 합동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고, 또 그 합동사무소를 법인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기본 골격이다(법 §13의2①②). 세무법인의 설립근거를 소규모인 합동사무소에 두었기 때문에 합동사무소에 관한 규정 외에는 세무법인에 관해서 별 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즉, 세무사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세무사법이 적용되고, 이외는 상법 중 합명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게 하였을 뿐이다(법 §13의2 ④⑤).
그리고 합동사무소의 설치운영 기타 필요한 사항은 시행령으로 위임함에 따라(법 §13의2①②), 그 시행령에서 상호, 명칭보호, 합동사무소의 설치신고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법 §13의2③④, 영 §32의2, §32의3) 세무법인에게 ‘세무법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동시에 합동사무소가 아니면 그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같은 현행 세무사법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시행령에 명칭보호에 관한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규정은 선언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실효성이 없는 규정이라는 점이다. 시행령에 규정된 명칭보호규정은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는 중요한 사항인데다가 수권여부도 분명하지가 않고, 게다가 그 위반에 대한 벌칙규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명칭은 소비자가 널리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이나 기업과 차별화하는 수단으로서 상거래에서는 적극적으로 보호되는 중요한 무형의 재산권인 것이다. 그런데도 세무사법에서 그 보호수단을 적절히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 세무법인은 세무사법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이므로 상법상 합명회사와는 분명히 다른 세무법상의 특별법인이다. 세무사법에서 특별히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상법 중 합명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였고, 다른 한편으론 세무사법상 설립절차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던 관계로, 상법상 합명회사로 세무법인을 설립하다 보니, 회사명칭에 ‘합명회사'와 ‘세무법인'이라는 명칭을 중복 사용하는 이상한 결과도 발생했다. 이는 같은 의미의 ‘회사'와 ‘법인'이라는 용어를 명칭에서 반복 사용한 것도 문제였지만, 세무사법상 세무법인과 상법상 합명회사를 혼동하는 가장 큰 과오였다.
셋째, 사원의 책임문제다. 현행 세무법인의 사원은 모두가 무한책임을 짐과 동시에 연대책임을 진다. 자격사의 책임은 개인에게 주어진 자격에 기하여 업무를 행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무한책임이다. 따라서 세무법인 사원의 책임도 무한책임으로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세무사로서의 무한책임은 세무사로서의 책임, 다시 말해서 세무사업무에 대한 무한책임이며, 세무사업무외의 부분까지 무한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법기술상 동일한 사원에게 무한책임과 유한책임을 구분하여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무한책임을 지운 것으로 이해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 점이 문제였다. 세무법인의 모든 사원에게 연대 무한책임을 지운 결과, 현실적으로 전문화ㆍ대형화된 세무법인의 탄생을 어렵게 하였고, 친소관계를 중심으로 업무를 연합하는 형태의 소규모 세무법인이 주류를 이룰 수 밖에 없게 한 원인이 됐다. 주변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마당에서는 여기서 탈피해서 업무능력를 중심으로 사원구성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사원의 책임을 연대 무한책임으로 한정한 현행 세무사법으로는 어림도 없는 문제였다. 그러기 때문에 세무법인문제가 이번 세무사법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로 등장하게 됐던 것이다.
◆세무법인의 설립요건
개정 세무사법은 세무법인의 요건을 종전과는 달리 인적요건과 물적요건으로 구분하여 규정하였는데 이를 상설하면 다음과 같다.
인적요건으로서 우선 사원의 수를 세무사 3인 이상으로 하고 있는 점은 종전과 같다. 그러나 여기에다 세무사 2인을 추가한 5인 이상의 세무사를 반드시 두도록 함으로써, 결국 세무사 2인이 인적요건으로 새로이 추가됐다. 세무사 5인이 세무법인의 기본적인 인적요건인 셈이다. 그 추가되는 2인의 세무사는 모두를 사원으로 하건 아니면 직원인 세무사로 하더라도 상관은 없다. 따라서 사원인 세무사 3인에 사원이 아닌 소속세무사 2인, 또는 소속세무사없이 사원 5인 이상이나 사원4인에 사원이 아닌 소속 세무사 1인으로도 세무법인을 구성할 수도 있다(법 §16의5①③). 여기서 말하는 소속 세무사는 이사가 아닌 직원인 세무사를 말한다.
또한 세무법인은 3인 이상의 이사를 반드시 두어야 하는 데, 이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은 우선 사원인 세무사로 한정된다. 그러므로 사원이 아닌 소속 세무사는 이사가 될 수 없다. 또한 직무정지기간 중에 있는 자와 징계조치의 일환으로 세무법인 등록이 취소되거나 업무가 정지된 세무법인의 이사이었던 자(취소 또는 업무정지의 사유가 발생한 때의 이사이었던 자에 한한다)로서 그 취소 후 3년이 경과되지 않았거나 업무정지기간 중에 있는 자의 경우에도 이사가 될 수 없다(법 §16의5②).
세무법인에는 3인 이내의 대표이사를 두어야 한다(법 §16의5⑤, 영 §14의3). 공동대표이사제를 제한하지 않고 있으므로 공동대표이사를 둘 수도 있다. 상법상 유한회사의 경우 이사는 1인 또는 수인을 두도록 하고 있고(상법§561),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도록 규정하였지만(상법 §562), 세무사법에서는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대표이사의 수를 3인 이하로 제한하였기 때문에 그 이상의 대표이사를 둘 수는 없다. 감사를 인적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임의적 기관에 불과하다(상법§568 참조).
사원은 세무사로 한정했을 뿐 그 밖에 제한은 없다(법§16의5①).
그러므로 등록취소 또는 세무사의 결격사유가 있는 자가 아닌 이상은 징계처분 중에 있는 세무사라도 상관없이 사원이 될 수 있다. 이 같이 사원을 세무사로 한정한 점은 여전히 세무법인의 성격을 인적회사로 보려는 입법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세무사의 칭호는 그 자격이 있는 자가 세무사로서 등록했을 때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무사등록을 하지 않고 단순히 세무사의 자격만을 가진 자는 사원이 되거나 소속 세무사가 될 수 없다(법 §20②).
물적요건은 자본금 2억원 이상이다(법 §16의5①). 그 사원의 출자비율에 관하여는 특별한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 1인이 출좌좌수를 과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출좌좌수의 과점은 결국 다른 사원의 의사를 제한한 요소가 작용되기 때문에 세무법인제도의 기본취지에 반하는 점이 없지 않다. 이 점은 앞으로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물적요건은 세무사의 책임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요건이다. 이 같이 세무법인에 대하여 물적요건을 정하게 된 이유는 바로 세무법인의 책임재산을 확보함으로써 사원의 유한책임에서 오는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자본금을 얼마로 할 것인가는 견해에 따라서,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1인에 약 6,700만원인 셈으로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개업자금과 비교하거나 무한책임에서 유한책임으로 전환된 점을 감안하면 좀 많다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로 높은 기준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세무법인의 설립절차
세무법인의 설립절차는 상법상의 절차와 세무사법의 절차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상법상의 절차로서는 먼저 사원이 정관을 작성하고 이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고(상법 §543), 정관의 인증절차를 밟는 것이다(상법 §543,§292). 정관에 법정기재 내용을 상법 제54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 세무사법 제16조의3 제2항에서 특별히 정관의 내용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세무사법의 규정에 의하여 정관을 작성해야 한다.
정관을 작성한 다음 사원총회를 개최하여 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자본금을 납입하여야 한다. 자본금의 납입방법으로는 현금납입과 현물출자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정관작성, 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및 자본금의 납입절차를 이행한 다음, 재경부장관에게 세무법인을 등록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법 §16의4). 이 때 필요한 서류는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세무법인등록신청서를 비롯한 정관, 대표이사 이력서, 이사 및 소속세무사의 등록번호 및 등록일자가 기재된 서류, 자본금의 납입을 증명하는 서류 및 주사무소와 분사무소의 설치예정지가 기재된 서류이다(영 §14의2).
세무법인등록신청서를 받은 재정경제부장관은 그 세무법인의 요건확인과 함께 등록거부사유인 등록신청서류의 내용이 세무사법 또는 세무사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허위의 기재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그 요건에 미달하면 등록거부를 할 수 있다(법 §16의4③). 등록신청서류에 미비한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그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법 §16의3③). 세무법인의 요건을 전부 갖추고 있고 등록거부사유가 없는 법인에 대하여는 세무법인등록부에 등록을 하고 세무법인등록증이 교부된다(영§14의2③). 세무법인등록증을 교부받은 법인은 그 등록일부터 2주내에 본점소재지 및 지점소재지에 설립등기를 하는 것으로써 세무법인 설립절차가 종료된다(상법§549).
<다음호에 계속>
제 360호 (2003.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