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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149]
[국세청기자실] ‘고무줄 세정’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김 영 기
서울경제신문 기자

 

 

국가의 경제 정책에서 금융이 ‘피’라면 세금은 ‘뼈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세제는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경제의 기둥이다. 선진국에서 세제를 국가의 백년대계로 삼고, 경기의 조절 수단으로 삼는 것을 가급적이면 피하고자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감세냐, 재정이냐’는 논란도 집권자가 유효한 정책 수단을 찾기 위해 그리는 큰 그림의 방향성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수년 동안 세정 당국의 모습을 보면 ‘고무줄 세정(稅政)’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전형적인 ‘샤워실의 바보’(정책이 냉·온탕을 반복하는 현상)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좀처럼 꺼지지 않던 2005년 4월말. 과천 청사를 출입하던 기자는 정례 브리핑 장에서 당혹스러운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으로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하면 양도세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한 기자로부터 나왔다. 그러자 브리핑을 진행하던 경제 부총리에게 쪽지가 건네졌다. 그는 “양도세 과세 골격을 바꾸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올해 장기 세제 개편 과제로 연구하고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닷새 후 청와대. 노무현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정부는 “1가구2주택자의 양도세를 내년부터 실거래가로 전환하고 전면적으로 실거래가로 바꾸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민의 이해가 얽혀 있고 30년 동안 유지돼온 조세 정책이 일주일도 안돼 색깔을 달리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일은 이후 너무 흔한 일이 됐다. 참여정부에서만 부동산을 위해 세제를 동원하는 일이 40여 차례를 넘었고, 현 정부 들어서는 방향을 거꾸로 해서 또 다시 수십 차례의 부동산용 조세 정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세금 기사를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옛날 기사를 꺼내 다른 방향으로 바꿔 놓으면 된다”는 한 기자의 말이 씁쓸하게만 들린다.


그나마 이들 정책은 ‘경기 조절 수단’이라는 포장 아래 정책적 오류를 숨겨둘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 생활에 필요함에도, 그리고 그 수요에 맞추겠다면서 당국이 발표를 해 놓고도 정부 내부의 이해 관계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사례들은 짚어볼 대목이다.  
부동산 거래세는 단적인 사례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거래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조세 정책의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래세를 낮출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이유 때문에 중앙 정부는 다양한 조세 정책을 꺼내면서도 거래세만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후진형 조세 정책을 제 자리에 올려 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자는 당국자들이 다섯 가지 정도만 머릿 속에 간직하고 있어도 우리의 조세 정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우선 정치 논리를 배제하라는 것이다. 흔히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재정과 감세 정책의 우선 순위가 달라진다고 하지만, 부동산과 같은 미시적 정책을 놓고 정치적 이념 대립과 고무줄식 정책이 이뤄져서는 곤란하다. 종합부동산세가 그랬다.  


두번째는 세금은 결코 실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세 개혁 과정에서는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흔한 공청회도 하지 않고, 그나마 형식에 치우친 공청회가 반복된다면 세제는 결코 튼실해질 수 없다. 세금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외국의 세제를 ‘절대 선(善)’으로 보고 무조건 모방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선진국형 세제’는 없다. 각국은 고유한 조세를 갖고 중심을 지켜나갈 뿐이다.


준조세를 정비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30여종에 이르는 세금과 100여종의 부담금 등 우리의 준조세 구조는 경제 주체, 특히 기업을 옥죄는 핵심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조세 정책에서 징벌주의가 만능이라는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그어놓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처벌을 내리는 식의 구조는 국민을 조세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징벌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국민이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춤추는 세제는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투명하고 올곧은 조세 정책이 나올 때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고, 나라의 곳간도 빼곡하게 들어 찰 수 있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01호(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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