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이란 등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석유 제국'의 몰락이 점쳐지면서 지정학적 세계 권력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전망해 관심을 끌고 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등 3대 '석유 제국' 지도자들은 불과 6개월전 고유가에 힘입어 국제 외교 사회에서 오만이 극에 달했으나 지금은 지위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어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14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지난 여름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로 치솟았을 때 푸틴은 그루지야 침공을 감행, 옛 러시아 제국의 영광 재현을 시도했고 아마디네자드는 달러가 무용지물이라며 유로화를 대거 사들였는가 하면 차베스는 미국에 연일 독설을 퍼부으며 러시아와 무기 거래에 나섰다.
세계 경기가 붐을 이루고 많은 나라들이 석유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면 유가 급등에 힘입어 이들 권력자들의 지위가 더욱 올라가는 현상을 낳았겠지만 석유로 번 돈으로 권력을 유지해온 이들의 지도자로서의 위치는 요즈음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최근 이들 3대 '석유 황제'(PETRO-CZAR)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고 신속하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위가 흔들리는 만큼 미국 등 서구와의 대화나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국제 신용 시장의 몰락 등 때문에 이들 세 나라는 여타 국가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 '석유 황제'들은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의 막대한 석유 수입을 기반으로 각종 복지 부문의 재정 지출을 늘려 정치적 인기를 유지해 왔고 올해의 경우 배럴당 유가를 86~100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예산을 짠 상태이기 때문에 자국 경제 뿐 아니라 정치적 기반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미 모건스탠리의 분석 결과 러시아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3.5%, 베네수엘라 등은 -1% 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러시아는 외국 자본이 급속도로 유출되면서 주식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75% 가량 폭락해 있다.
러시아는 루블화 방어를 위해 최근 두달새 외화 자산 6천500억달러 중 30% 이상을 써야만 했고 베네수엘라와 이란도 외화 자산 20-30% 가량을 소진하는 등 지금같은 경제 위기 상황이 계속된다면 석유 제국의 위상은 더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
석유 제국의 경제적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이들에겐 정치적 후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치솟는 실업률과 산업 전반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아마디네자드는 중요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내외적 압력에 시달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차베스는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임박해 있지만 결과가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경우 차베스와 아마디네자드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다. 푸틴은 2004년초부터 석유 수입 중 20% 가량을 '비상 기금'으로 별도 관리하며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에 대비토록 준비해 왔기 때문에 경제 위기에 따라 당장 '문책'을 당할 처지에 있지는 않다.
뉴스위크는 "내년에 다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고 경기 회복 시점을 놓고도 아직은 논란이 있다"며 "이들 석유 제국의 권력 재편 가능성은 결국 글로벌 경제 위기 및 유가 동향이 큰 변수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