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전/체/기/사 세/정/뉴/스 세/무/사/회/소/식 컨/텐/츠
세/금/문/제
조세전문가인 세무사에게 !
  [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세정뉴스
조세뉴스
국세/지방세
예규/판례
국제조세
사회ㆍ경제
기타
세무사회소식
신문보기(PDF)
회무
인터뷰
제언ㆍ기고
회원동정
기획
특집
상담사례
동호회소식
용어해설
연중기획
신간안내
컨텐츠
생활ㆍ문화
관련부처 소식
사람과사람
커뮤니티
공지사항
네티즌여론조사
 
홈>세무사회소식>제언ㆍ기고
 [조회: 2904]
[국세청기자실] 감세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이 성 철
한국일보 경제부 차장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라면 또 모를까. 세금 내는 것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세금은 공공서비스의 당연한 대가’라고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라도, 탈세를 추적하는 세무공무원이라도, 그리고 기사나 칼럼을 통해 자주 조세정의를 거론하는 나 같은 기자들조차도, 자신의 세금 문제가 걸리면 한없이 인색해진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세금은 ‘내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세(減稅)’ 얘기가 나왔을 때, 곳곳에서 박수가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내기 싫은 세금인데 정부가 스스로 깎아 준다니, 이보다 고마운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하지만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내 자녀 내 후손들을 생각해보자. 내가 덜 낸 세금이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곰곰이 따져보자는 얘기다.


만약 현 상황이 태평성대였다면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예컨대 세금을 줄이면 기업은 그만큼 투자와 급여를, 개인은 소비지출을 늘린다. 경제는 번영하고 기업과 개인은 부유해져 세율을 낮췄음에도 결과적으로 이들은 감세 전보다 국가에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한다. 경제가 선순환할 때 감세는 이처럼 교과서에 쓰여진 대로, 더 많은 부가가치와 더 많은 세수(稅收)를 안겨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런 평화의 시대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경제적 암흑기이다. 경제 주체들에게 축복이어야 할 감세 역시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환란의 기억을 잠시 더듬어보자. 어떻게 우리나라가 IMF체제를 그토록 빨리 극복할 수 있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핵심은 누가 뭐래도 ‘재정의 힘’이었다.


기업이 투자를 못하고 개인들이 소비를 할 수 없을 때, 돈을 쓸 수 있는 곳은 국가(정부) 뿐이다. 국가가 돈을 쓰는 것, 이것이 바로 재정정책이다. IMF시절 부실로 거덜난 기업과 금융 등 민간 부문에 비해, 정부재정 만큼은 확실히 건실했다. 정부는 돈을 과감히 풀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IMF의 어두운 터널을 빨리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또다시 찾아온 경제위기. 사정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도 믿고 의지할 것은 재정정책뿐이다. 또 한번 ‘재정의 마법’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정부도 현재 수십 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추경편성을 추진중이다. 욕심 같아선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문제는 재원이 그다지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나은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재정이 한없이 튼튼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당장 이번 추경도 빚(국채발행)을 내서 충당해야 한다.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다는 적자재정의 길로 마침내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길게 봤을 때 재정적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선진국들의 경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적극적 재정정책의 전제조건은 충분한 재원확보다. 가장의 소득은 제자리인데 씀씀이만 펑펑 늘리는 가정의 미래가 과연 어떠하겠는가. 국가도 다를 게 없다. 세출과 세입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감세를 무거운 마음으로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게 보면 어떨지 몰라도, 당장은 세입악화 요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금을 줄이면서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없다.


당장은 빚을 내서 해결할 수 있다. 국채를 발행하든 한국은행에서 차입을 하든, 방법은 있다. 하지만 부채는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후세에게 상속된다. 현 세대에서 못 갚으면 미래세대가 갚아야 하고, 그들이 못 갚으면 그 다음세대가 갚아야 한다. 적자재정으로 경제를 꾸려간다는 것은 부모가 자녀의 돈을 끌어 쓰는 것, 손자손녀의 행복을 빌려오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지난 1년간 참으로 많은 세금을 깎았다. 정부계획대로라면 올해도 감세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추가 감세는 재고했으면 한다. 경기침체로 세수기반은 더 위축되는 반면 재정지출수요는 더욱 커질 텐데, 더 세금을 깎는다면 과연 재정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좋은 정책도 때가 있는 법이다. 적어도 지금 시기가 감세와 좋은 궁합은 아니라고 본다.

 

세무사신문 제503호(2009.2.16)

 

 [조회: 2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