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계 만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국세청 대변인실 직원 A씨.
남들보다 두시간 이상 일찍 출근을 한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1층 사무실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면 아침 6시다.
가장 먼저하는 업무는 아침 뉴스방송을 들으면서 조간 신문을 확인하는 것. 행여 국세청에 대한 기사 스크랩을 놓칠까봐 꼼꼼히 기사를 검색한다.
특히 국세청에 민감한 기사가 등장하면 황급히 담당 직원에 연락해 기사의 사실여부를 물어보고 해당기자에게도 확인한다. 어떨 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집요하게' 묻고 다닌다.
국세청은 시민들과의 주요한 대화창구가 언론이다보니 예민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A씨는 "어떤 비판 내용이든 기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금과 관련해 잘못된 내용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과시간 업무도 빠듯하다. 전화문의는 끊이지 않고 기자실 관리에도 여념이 없다.
그에게는 퇴근시간마저 무의미하다. 저녁 주요 방송사 9시 뉴스를 다 보고나서야 자리에서 일어선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는 회식자리가 있는 날이면 밤 11시 넘어서 집에 가기 일쑤다.
주말에는 쉴 수 있을까. 2주에 한 번꼴로 토요일, 일요일 모두 출근해서 기사를 체크하고 보도자료 홍보준비에 나선다.
설명하기에도 숨가쁜 일상생활이다.
이처럼 묵묵히 일하는 대변인실 직원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출입기자로서 존경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다른 부처 직원들이 와서 본받았으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세청의 저력은 이런 열정적인 직원들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다. A씨 만큼이나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밤 늦게까지 불이 켜진 사무실들이 국세청 힘의 원천이다.
최근 국세청의 이른바 `윗분'들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꿋꿋이 일하며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각 세목별 신고 등 일상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지난해는 약 1700만명에게 지급하는 유가환급금을 무난히 처리했다. 또 연말정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직장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는 근로장려세제(EITC)와 전자세금계산서 제도 시행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남모르게 수많은 직원들이 야근하면서 땀방울을 흘린 결과물이다.
국세청은 분명 칭찬받을 만 하다. 몇 마리의 미꾸라지만을 보고 2만명 조직이 흙탕물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자. 그러면 밝게 인사하고 친절히 상담해주는 많은 직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무조사라는 도구를 갖고 있다보니 권력기관으로 인식되고 더불어 비리가 난무하는 곳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다.
국세청장이 석달 째 공석인 초유의 상황에서도 국세행정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한국처럼 납세자에게 친절한 국세청을 찾기 힘들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상관없지만 밑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원 사기가 떨어지면 납세자들을 대할 때 불친절해지고 업무추진도 더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에도 고쳐야할 부분도 많다. 투명성을 높이고 성과에 근거한 인사시스템으로 개혁이 필요하다. 일부 정권 지향적인 부분도 바꿔야 한다. 상대방을 헐뜯는 투서가 난무하는 그런 부끄러운 모습도 없애야 한다.
지금 국세청은 변화의 중심에 섰다.
청와대에서 국세청 조직개편안에 대한 마무리작업을 한다고 한다. 국세청장 선임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 중이라고 전해진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청장 선임과 함께 이어질 조직개편과 후속인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국세청은 문제많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획기적으로 바뀌어야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 조직개편과 개혁방안은 누구나 공감하는 `변화'이어야 한다. 또 궁극적으로는 국세청 직원들이 힘이 나서 더욱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5월에는 새롭게 달라지는 국세청을 기대해본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07호(20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