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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세제, 근본적인 문제부터 챙기자

          김영훈

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

 

#1.
 미국인 청년 사업가 코넬리우스 반더 스타는 1919년 중국 상하이에 보험사를 차렸다. 서구 보험사가 거들떠보지 않던 중국인이 주 고객이었다. 영업은 동남아로 확대됐고, 남미로 뻗어갔다. 1926년 모국인 미국에도 보험사를 세웠다. 이 보험사는 그로부터 40여 년 후 19개 자회사를 둔 대형 보험지주회사로 거듭난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바로 AIG다.

#2.
1904년 8월 10일자 대한매일신보에는 낯선 외국 회사의 영문 광고가 실렸다. 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일찍부터 아시아 영업을 시작했지만 이 회사는 AIG만큼 도드라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뉴욕라이프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뉴욕라이프는 유행에 뒤처진 회사였다. 보험사들이 효율과 성장을 외치며 주식회사로 전환하던 1990년대 뉴욕라이프는 끝까지 조합 형태의 상호회사를 고집했다.


20세기 초반 아시아와 인연을 맺은 두 보험사의 운명이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성장과 효율의 상징이던 AIG는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겨우 유지되는 회사가 됐다. 반면 뉴욕라이프는 AIG를 살 수 있는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엇갈린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얼마나 본업에 충실했느냐다. 뉴욕라이프는 자산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기로 유명하다. 보험은 장기 상품이니 안정성 위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서다.  AIG는 생각이 좀 달랐다. 투자은행(IB)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자산 운용은 한때 보험사 수익성을 높이는 모델로 인정받았고, 투자 부분이 보험 부분을 압도하는 상황으로 내달렸다. 그러다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AIG는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을 보고 있자면 AIG가 겹쳐진다. 세제를 적극적인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긴 하는데, 언제부턴가 세금의 본령에 대한 고민과 개선 노력은 뒤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세제의 대원칙이라 할 수 있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향한 근본적인 개선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논란이 한달 넘게 이어졌지만, 도대체 양도세 부과의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부동산 가격과 상관관계, 정치적 이해관계만 있었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를 도입한 정부나 종부세를 축소한 정부나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원칙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종부세 때문에 이상하게 엮여버린 국세·지방세의 관계도 정상화해야 한다. 언제까지 세법을 연말마다 바꾸는 보도 블럭 취급을 할 것인가.


상황이 이렇게 된 이면에는 달라진 정책 환경이 있다. 규제 완화가 진행되면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경기 조절 수단은 크게 금리와 세금 정도다. 국제 무역 규율 때문에 과거 같은 산업 정책은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어서 마음대로 하기도 어렵다. 자연히 정부가 손쉽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세제 개편이 된 셈이다. 그러나 그런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세제의 근본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첫 걸음은 자영업 소득 파악률 제고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은 57%에 불과하다. 근로소득자 소득파악률은 82%다. 이래서는 세금에 대한 불평이 해소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선 감세가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쟁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연간 신용카드 사용액이 300조원이 넘는 수준이 됐는데도 자영업 소득 파악률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면 정부가 그 사이 무엇을 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고소득 전문직 세무조사 같은 방식은 이미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쓴 수법이 됐다.


근로소득자의 절반이 면세점 이하인 상황도 이제는 손 볼 때가 됐다. 각종 비과세나 공제 제도도 단순화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세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위기의 AIG를 구하는 데는 미국 국민의 세금이라는 마지막 수단이 있었지만, 세제가 흔들리면 마지막 보루마저도 함께 사라진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08호 (200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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