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시 영
파이낸셜뉴스 기자
국세청이 각종 세무조사 로비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국세청장이 그림로비 의혹으로 물러난지 4개월 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후임 국세청장 인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정적인 세수 확보에 자칫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기실 국세청의 수난사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권력있고 힘있는 곳에는 파리가 꼬이기 마련, 국세청은 세무조사 권한이라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으로 각종 의혹의 정점에 서 왔기 때문이다.
국가의 세정을 총괄하는 국세청 기관 입장에서 조세포탈·탈세범을 찾아내 과세하기 위해서라도 세무조사 권한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세무조사 권한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성을 갖고 변질된다는데 있다. 정치성을 배제하고 철저히 세무조사 본연의 임무에 맞춰 사용한다면 논란의 여지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세무사회는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 조세전문가를 통한 자율적 신고검증제를 도입하자고 천명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세무에 신경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과세관청의 세무간섭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다. 세무조사를 이원화 해 세무법인이 납세자(기업)들의 성실성을 검증하자는게 골자다.
물론 과세관청이 들으면 화들짝 놀라 두손 두발 들고 뜯어 말릴법한 일이다. 국세청만의 세무조사 권한을 나눠 갖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세무조사 권한의 현실적 활용성과 실효적 집행을 놓고 진진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세무조사 청탁문제로 국세청의 비위사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불시의 세무조사로 인해 불필요한 심리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더구나 세무조사 대상이 되면 외부로부터 불성실 기업으로 간주돼 기업활동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현재 국세청이 주도적으로 하는 세무조사 대상은 전체 대상법인의 2%에 불과하다. 때문에 성실납세 유도에 대한 실효성이 없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다. 특히, 조사대상의 선정과정에서 객관성과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세청이 독자적으로 전체 기업에 대한 전수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없고, 때문에 성실 납세 유도를 담보할 수 없다면, 아울러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여러가지 잡음과 병폐를 양산한다면, 차제에 세무조사 권한의 일부 이양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검토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세무사회가 주장한 국세청의 성실성 검증(세무조사)의 이원화로 자율적 성실납세가 유도되면 납세자는 안정적 경영활동이 보장되고, 성실한 납세의무이행에 따른 자긍심 고취가 가능하다.
또 세무관서 역시 탈세 청탁 등 일선에서의 불법이 현저하게 근절될 것이고, 행정력 개입 없이 세수증대 효과 및 행정인력의 효율운영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새로운 제도 시행이나 도입에 따라 부작용이나 병폐 또한 불거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보다 개선되고 나아질 수 있다면 일정부분 ‘산통'을 감내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작용이 두려워 새로운 시도 자체를 꺼린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세무사회의 이같은 참신한 복안과 발전적 시도가 아직 구체적인 추진 단계를 밟아가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지금은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힘을 합할 때다. 세무사회의 단합된 힘과 응축된 에너지로 ‘도전과 응전'의 성공신화를 써내려 갈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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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09호(200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