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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카드 '만지작'..지출조정 주목
[연합뉴스 2009-06-29]

 

나라 살림의 적자가 늘면서 돈을 더 많이 거둬들이고 씀씀이는 깐깐하게 가져가야 할 상황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은 경기 회복 시기와 속도가 불투명한 만큼 확장적 재정의 역할을 당분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적의 시기에 적절한 속도로 긴축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모습을 드러낼 내년 예산안과 재정운용계획, 세제개편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내년 지출 늘릴까, 묶을까, 줄일까
9월말까지는 지출을 늘릴지, 아니면 묶거나 줄일지를 택해야 한다.

 

지출규모는 향후 석 달간의 경제지표 향방에 따라 방향성을 달리하겠지만 동결론도 확산되고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연구부장은 지난 22일 "향후 3년간 지출증가율을 연평균 0%에 가깝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오봉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은 "현실적인 한계가 예상되므로 재정 건전성에 중점을 두되 지출 증가율을 적정 수준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당장 동결 내지 삭감하지는 않겠지만 증가율을 최대한 눌러 내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올해 수정예산(284조5천억원)보다는 늘어날 수 있지만 추경예산(301조8천억원)보다는 비슷하거나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추경예산을 통해 집행한 한시 대책의 경우 기간 만료와 함께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올해보다 늘려잡아 심리적 부양효과를 노린 뒤, 내년에 민간의 자체 회복력이 재정에 기대지 않아도 될 수준까지 살아나는 시점에 감액 추경을 단행해 지출을 줄이는 탄력적 대응법도 있다.

 

정부는 내년 재정운용 목표로 경제 정상화와 위기 이후 기회 선점을 뒷받침하되 재정건전성을 중기적 시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일단 잡았다. 극단적으로 보면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덩치가 크고 정부가 미래 대비 차원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큰 4대강,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등 '빅3' 프로젝트를 미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유사.중복사업을 합치고 투자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동시에 성과가 낮은 사업은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계속사업은 완공위주로 투자하고 신규사업은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재원대책을 마련한 다음에 추진된다.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작업반은 SOC, 산업.중소기업, 에너지, 농림수산식품,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대한 지출 축소를 권고했다.

 

◇ 증세 카드 만지작..정부 선택은 

세제는 경기 회복을 위해 큰 틀에서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더 거둬들이는 쪽의 방향성을 띠고 있다. 지난해 감세에 따른 세수감소분이 2012년까지 9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세수를 통한 재정 건전성 제고 노력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 이후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입장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지난 25일 "감세 기조를 유지하되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해 증세가 필요한 부분은 증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규모가 29조6천억원으로 국세 대비 15%나 됐던 비과세.감면제도의 축소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일몰이 되는 87개 제도가 검토대상이다.

 

축소 방향은 '중도 강화론'의 부상과 맞물리면서 수혜층이 서민층, 중소기업인 경우는 되도록 유지하되, 고소득층, 대기업 대상의 제도를 먼저 철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애초 거론되던 농어업용 기자재 영세율, 농어업 면세유 등은 검토 대상에서 빠지고 대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은 폐지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세원 발굴과 과세 기반 확충방안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작년 7월 폐지됐던 금융기관의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제를 부활하는 방안, 월세뿐 아니라 전세에 대해서도 임대소득세를 과세하는 문제 등이 그 대상이다.

 

정부는 술, 담배 등과 같은 외부불경제 품목의 과세 문제와 에너지 다소비 품목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 같은 품목의 경우 상대적으로 서민경제에 악영향이 큰 만큼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법인세, 소득세 인하계획의 유보 여부다.

 

작년 세제개편을 거쳐 과표구간별로 2%포인트를 내리는 종합소득세율의 경우 1천200만 원 이하 구간에서는 이미 올해부터 다 내렸지만 8천800만 원 초과는 2010년에 한 번에 내리는 것으로 유보돼 있고 나머지 구간은 올해 1%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내년에 1%포인트를 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8천800만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 인하 시기를 더 늦추거나 아예 없던 일로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인세율도 과표구간 2억원을 기준으로 2010년 귀속분부터 낮은 세율이 10%로, 높은 세율도 20%로 내리게 돼 있는데 이 가운데 과표 2억원 초과 대상의 세율 인하를 유예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부가가치세율 인상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가세에 손을 댔다가는 소비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물가 급등마저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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