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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 캘리포니아 재정파탄이 주는 교훈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지난 6월22일 기획재정부가 주관으로 한국개발원(KDI)에서 열린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는 정부 주관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제발표자를 비롯해 참석한 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해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시기에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취지로 감세정책이 경기회복 이후로 연기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을 표시하면서 감세정책 중단보다는 대기업·고소득 계층에 혜택이 주어졌던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하는 등 세수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한 감세로 2012년까지 모두 33조9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고 매년 영구적 감세가 이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2.5배나 많은 88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의 주제 발표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심각한 경고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영선 부장은 권오봉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과 함께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총량 작업반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표 내용은 무시하기 힘들다.


일부 학자들은 경기침체 때는 우선 정부의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 증대로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일시적으로 재정적자 등 국가채무가 늘어나도 나중에 경제성장으로 회복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이며, 또한 금융의 세계화로 인한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점에서 국가채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은 이런 경고를 무시해 심각한 재정위기에 몰려 있는 생생한 사례다. 미국의 감사원(GAO)에 따르면, 특단의 개혁 조치가 없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면 2035년 경 미국 정부가 거두는 세수는 막대한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와 의료보험 비용을 내면 남는 게 없어진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 전쟁 비용, 그리고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 등으로 초래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도 해결 못한 상태에서 재정이 완전 파탄난다는 것이다.
또한 GAO 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워커는 지난달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현재의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은 지난 1917년부터 유지해온 최고의 국가신용등급(AAA)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1조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와 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45조 달러의 채무가 있고 올해에만 1조8000억 달러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재정파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실제로 주 별로는 이미 재정위기가 심각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는 2009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6월말 재정파탄 위기에 몰리고 있는 등 50개 중 무려 47개주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국내총생산(GDP) 규모(2007년 기준 1조8120억 달러) 세계 8위로 한국의 두 배인 캘리포니아가 어떤 방식으로든 빚조차 얻을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는 막대한 재정적자로 주 정부 채권이 투기등급으로 취급받고 있고, 연방정부도 지원을 거부한 상태인데, 세금 인상마저 여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세금을 인상해서 재정적자를 메우려는 방안은 주민투표 결과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지는 캘리포니아의 재정파탄은 세금 인상을 꺼려하는 주민들에게 사실상 세금 인상을 결정할 권한을 부여한 캘리포니아의 강력한 주민투표법과 주민발의법에도 일단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민발의권으로 제정된 대표적인 법안인 ‘주민발의 제13호'는 "재산세를 절반으로 낮추고 세금 신설을 위해서는 의회에서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캘리포니아처럼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서 어떤 사안이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90년대 호황을 거치면서 무리한 세금감면 등에 따른 문제에 대해 무감각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캘리포니아의 경제위기가 미국의 다른 주들보다 심각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IT산업과 주택시장의 거품에 기대어 방만한 소비를 해왔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때  세수가 급감한 배경에는 극심한 부의 불평등 구조도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캘리포니아는 전체 세수의 60%를 상위 3%의 고소득자가 납부해왔다”며 "지난해 금융위기로 로스앤젤레스의 최대 부호인 커크 커코리언 트라신다 회장의 재산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고소득자가 몰락해 주정부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의 불평등이 극심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이상적인 조세정책의 토대가 허물어지고, 세금 인상이나 신설은 극히 어렵게 만든 제도 속에서 ‘캘리포니아의 꿈’은 ‘캘리포니아의 악몽’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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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11호(2009.7.2)

 [조회: 3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