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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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1950]
보이스피싱 피해액 돌려받기 '막막'
피해자들 이중고..특별법 도입 필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기범에게 속아 송금한 피해자들이 피해액을 조기에 돌려받지 못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 피해자가 이체한 돈을 사기범들이 출금하면 사실상 돌려받기 불가능해지고 사기혐의로 해당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에 따라 전화금융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지급정지된 피해액을 빨리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반환절차도 간소화하는 특별법이 마련됐지만 국회 파행으로 표류하고 있다.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사기범들이 이용하는 계좌도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어 관계 당국의 치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송으로 피해액 돌려받는데 6개월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38)씨는 이달 6일 경찰을 사칭하는 사기범로부터 "당신의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돼 은행계좌에 있는 예금이 인출될 수 있으니 빨리 안전계좌로 이체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순간 당황한 김씨는 사기범이 시키는대로 A은행 자동화기기코너에 가서 사기범이 지정한 5개 은행에 각각 600만 원씩 모두 3천만 원을 이체하고,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2개 은행에 1천900만 원을 송금하는 등 총 4천900만 원을 보냈다.

  

김씨가 송금한 은행 중 하나인 B은행의 전화금융사기 혐의계좌 모니터링 전담직원은 지난 7월 말에 적발한 사기혐의 계좌에 6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신속히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는 한편 A은행에 연락해 김씨의 전화금융사기 피해 여부를 확인토록 요청했다.

  

김씨가 송금한 4천900만 원 중 2천400만 원은 이미 인출된 상태였다. 두 은행의 신속한 대응으로 나머지 2천500만 원은 사기 혐의계좌에 남아 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피해자인 김씨가 지급정지된 2천500만 원을 돌려받으려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송을 제기하면 판결까지 대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나마 소액사건심판법의 적용을 받는 피해액 2천만 원 이하 사건은 소송액에 따라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인 소송비용을 내고 피해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피해액이 2천만 원을 넘어가면 정식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변호사 비용만 수백만 원이 깨지기 일쑤다.

 
◇보이스피싱 피해보전 특별법 표류
  

이에 따라 박선숙 민주당 국회의원은 작년 12월15일 전화금융사기 피해자가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피해액 조기 지급절차를 규정한 '보이스피싱 피해보전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에 속아 돈을 보낸 피해자는 이체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거래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거래정지된 전화금융사기 혐의계좌와 피해금액 등을 공고한 후 예금계좌 명의인 등의 이의제기가 없는 상태로 2개월이 지나면 예금계좌 명의인의 권리는 소멸한다.

  

예보는 해당 계좌의 거래내역과 피해자, 피해금액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피해보전금을 산정하고 금융회사는 예보가 산정한 피해보전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로 지급정지된 계좌로 송금한 피해자들은 대체로 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돌려받고 있다"며 "피해액 반환기간을 줄이고 절차도 간소화하는 특별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심한 일본에서도 예금보험공사가 피해구제절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피해자의 신고로 지급 정지된 사기범의 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약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기수법 지능화..당국, 저축銀.증권계좌도 단속 검토
  

전화금융사기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사기범들은 경찰이나 우체국,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카드대금이 연체됐다", "연금, 보험료,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말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인터넷 채팅에서 이성 만남을 전제로 5만~10만 원 입금을 요구하고 나서 불법성매매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20만~50만 원의 추가 입금을 요구한 사례로 적발됐다.

  

금감원 측은 "이런 사기는 주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 사이에 발생한다"며 "적발 계좌에 수십 건의 소액 금전 입금이 이루어졌으나 피해신고는 2건에 불과해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법성매매를 시도했다는 약점이 있는 데다 피해금액이 적어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메신저가 보이스피싱의 도구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달 4일 정모씨는 한 인터넷 메신저에서 급전이 필요하다는 지인의 요청을 받고 300만 원을 입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기범이 정씨의 정보를 메신저 운영회사를 통해 입수한 뒤 지인을 사칭한 것이었다.

  

이 사기범은 감독당국의 전화금융사기 감시가 소홀한 저축은행 계좌를 개설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금감원은 6월15일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입출금이 빈번한 계좌 등 전화금융사기 의심계좌 일제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이달 13일까지 1천481개의 사기 계좌를 적발해 39억 원을 지급 정지했다.

  

단속대상을 은행에서 우체국, 신협, 새마을금고로 확대한 금감원은 최근 피해사례가 나타난 저축은행과 증권계좌로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선 개인의 금융정보나 신상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현금인출기를 이용해 세금이나 보험금, 국민연금을 환급하는 사례도 없다."며 "전화를 걸어 현금인출기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100% 사기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회: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