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5일 이번 세제 개편에 대해 서민.중산층을 배려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다분히 포함돼 있지만 감세 기조가 흔들리는 등 조세정책에 일관성이 다소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는데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세제개편이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 세제개편은 경기 회복의 과정에서 소외 계층을 지원함과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 하다 보니 감세와 증세가 혼재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를 통한 고소득층 세원 발굴 등은 바람직하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전세보증금 과세 등 일부 현안은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낮은 세율.넓은 세원' 기조 속에 재정 건전성 측면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 한국세무사회(논평)
영세사업자의 경제회생을 위한 세제지원 등 다양한 저소득층 지원책과 지정기부금의 이월공제기간 연장 및 소액 서민금융재단 출연금 손비인정 확대 등은 기부문화 활성화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 그러나 일부 개편안은 여론에 치우쳐 편향적이거나 재정건전성 확보에 치중함으로써 조세의 기본원칙인 효율성과 공평성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폐업한 영세개인사업자의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지원책으로 추후 환수 등의 단서도 없이 500만원까지 체납세액을 면제토록 한 것은 조세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성실한 대다수 납세자와 일반 국민의 납세의식을 저해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또 고소득자와 서민.중산층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이분법적으로 세법을 운용한 측면이 있다. 3년간 평균 수입금액이 2억원 이하인 사업자는 영세사업자이고 총급여 1억원 초과자는 고소득근로자로 분류하는가 하면 전문 자격자는 자격만 소유하고 있으면 수입금액 등을 불문하고 고소득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 중 불합리한 부분은 법제화 과정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 이전오 한국세무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해 조세 정책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한 것도 고소득자 세원 파악에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조세제도는 납세자 권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일관되고 장기적인 원칙과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돼야 하는데, 비록 경기 침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감세정책 기조를 임시적.단기적으로 바꾼 것 같아 아쉽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과표 양성화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 이를 급하게 축소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10% 세액공제를 폐지한 것도 과세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자연히 신고가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성급한 느낌이 있다. 특히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임대보증금 과세는 좀 문제가 있고 조세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 중복과세 소지가 크고 세입자에게 세 부담이 전가돼 실효성도 없을 수 있다.
◇ 김형준 조세연구원 연구원
고소득층에 과세한다는 것은 세원을 투명하게 하는 것으로 어느 시기나 바람직한 것으로 보며 잘한 조치라고 본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에 큰 변화가 없으며 다만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과 같은 부분적인 변화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로 끝내는 것도 올해에 기업의 집중 투자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도로 볼 수 있다.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보증금 소득세 과세는 3가구 보유자 가운데 전세를 놓는 사람의 비율이 많지 않아 전세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감세라는 것은 세금을 모두 줄이기보다는 세원을 넓히고 세율을 낮춰서 투자를 활성화하고 세금을 투명하게 내도록 하자는데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부분적으로 증세한 부분이 있어도 전체적인 감세 기조에는 크게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다소 어지러워 보이는 것은 현재 상황이 금융위기가 다 끝난 게 아니라서 정부로서도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경기 부양에 기본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서민층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 이동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은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계속 유지하면서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해 세율은 인하하되 세원은 넓히고 저소득층과 R&D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세율 인하를 번복한다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과표양성화가 일관성 있게 시행되면 세율 인하에도 세수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비과세감면 축소는 시행 시기를 미세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신성장산업 연구개발(R&D) 세제지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앞당겨 장기적으로는 세수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이 부분은 규모와 대상을 앞으로 계속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