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섬기자." "납세자와 국세청은 수평적 관계."
백용호 청장 취임 이래 국세청에 큰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권위주의를 버리고 납세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도입을 결정한 '수평적 성실납세제도'이다. 이 제도는 기업이 성실납세를 약속하면 국세청은 신속한 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친기업적 세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국세청은 이 제도를 설명하면서 '기업을 섬기려는 제도'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쓰고 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백 청장은 취임 이후 줄곧 세무행정 시스템을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인 납세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칼자루를 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의 '갑-을 관계'를 청산하지는 취지다.
백 청장이 취임과 동시에 세무조사의 원칙을 대내외에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중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대기업은 4년 단위로 순환 조사하고 ▲중소기업은 납세 성실도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 세무조사 시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돼 국세청이 언제 갑자기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국세청 개혁기구인 국세행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을 위촉한 것도 기업을 배려한 면이 짙다.
칼날 아래 떨기만 했던 기업의 대표가 칼자루를 쥔 국세청 개혁의 방향타를 잡게 된 것은 기존 역학 관계의 일대 역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기문 회장은 국세행정위원장 위촉 후 "과거에 국세청에 대한 불만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제는 국세청도 많이 깨끗해졌다"며 "국세청과 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이런 행보는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친(親)국민'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조직개편에 따라 본청 국장 직위로 납세자보호관을 신설한 것은 국세청이 군림하지 않고 납세자와 소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납세자보호관은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다. 이를 위해 무분별한 세무조사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납세자보호관은 세무조사가 부당하게 이뤄진다고 판단하면 세무조사를 중지하고 조사 인력을 교체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자리를 외부에 개방한 것도 이런 견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